medical story

혈액형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1. 14. 07:37
반응형

어제인가, 그제인가, 수술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수님은 대충 정리하시고 나가신후, 나하고 인턴 둘이서 이제 배를 닫으며 졍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들어오는 질문.


" 선생님, 혈액형이 어떻게 되요?"


" 글쎄..뭐 같냐? "


이때 주저없이 들려오는 소리,

인턴, 마취과, 스크럽 간호사 모두 한번에 대답이 나왔다.


" B형 이요? "


B형..대략 난감이다.ㅋ


사람들의 성격, 케릭터등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것도 웃기고, 게다가, 혈액 세포가 포함하고 있는 항원이 그 것을 결정한다는 웃긴 이론이다.


재밌긴 한다, 앞에 있는 인턴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혈액혈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 해준다.


A형은 소심하구요, O형은 어떻구, AB 형은 어떻구, 연애할때는 무슨 혈액형을 피해야 하구요..등등

이 녀석도 의대를 졸업하구, 인턴이라는 딱지를 달구 있는 녀석인데,

혈액형 운운 하는 것이, 좀 듣기가 그래서.


" 야 똑바로 잘라, 짧게 자르란 말이야 ! "


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 에이 거봐요 선생님은 B형 이네요"


이러는 거다..


아무튼, 그 녀석의 이야기에 의하면,

B형 남자는 대략 즐이라는 것이 요점이다.

제멋대로고 불성실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자기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되, 빨리 싫증을 낸다..뭐라나...


덩달아, 천막뒤에서 수다를 떨던 마취과 간호사들도 이야기에 동참을 한다.


나를 처음봤을때부터, 딱 B형 인줄 알았다.

스타일이 B형이다.

무뚝뚝하니, 할말만 툭툭 던지다가,  갑자기, 잘해줄때는 엄청 잘해 준다나.

또한 그들은 나도 모르는 나를 너무도 잘 알고 있더군.

누가 스크럽 을 서면, 내 기분이 좋아지고, 너무 잘해주다가도,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분위기가 싸해진단다.ㅋ


앞에 있는 인턴 녀석은 아주 쐐기를 박는 멘트를 한다.


" B형 남자가요..연애할때는 아주 좋은데, 결혼을 하면 안된데요..속썩인데요..갑자기 확 좋아하다가 갑자기 확 식어버린데요, 그래서 제 친구도 B형 남자 친구가 있는데,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B형 남자는 개쓰레기라는 소리인가?



어쨌든 대략 난감한 상황.


이제 모두들 내 입만 보고 있다......기대에 가득찬 눈빛..


" 자 빨리 수술이나 하죠..."


ㅠㅠ


" 에이 B형~ !! "


이구동성으로 여기저기서 퍼져나오는 소리들..


수술후 우리 외과방에서, B사모라는 모임이 만들어졌고. 내 별명은 B형 선생님이 되어 버렸다.




.....








난 A형이다. ^^;


그렇지만, 간만에 웃을 일이 생기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기가 싫어서

암말 안하고, 그냥 가만히 배만 닫았다.

가만히....

주위에서 하두 수군거려서, 귀가 가려워 죽는줄 알았지만.

거봐, B형 맞잖아...딱 B형이라니까, 난 처음 봤을때 알았거든..어쩐지...



난, A형이라서 속으로 너무 좋았다..

다행이다, B형이 아니라..ㅋㅋ

 

이 병원은 대전에 있고, 센터에서 떨어져 있어, 참 분위기가 가족적이고 마음에 든다.

교수님들, 간호사들, 인턴/레지던트들

다 가족같다.

특히 외과 수술방 멤버들은,

새로 발령온 2년차 의 눈치를 살피며 몇일간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더니.

오늘 혈액형 사건이후로,

완전 나에게 적응을 한듯 싶다.


3개월간, 재미있고, 보람되게 지내야 겠다.ㅋ

반응형

'medical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제나 익숙해질수 있을까?  (3) 2006.11.14
몇 가지 단상들  (2) 2006.11.14
구내염을 치료할 때  (5) 2006.09.17
인연? 악연?  (0) 2006.08.20
새벽 2시 30분...  (1) 200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