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후련함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10. 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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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산부인과 한달간의 실습이 끝난 날이다.
아우~ 넘 후련하다..^^
정말 세삼스럽게 다시 느낀거지만...까탈스러운 윗사람들 모시기는 정말 넘 힘들다.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가끔씩 염소가 끼어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양들 밑에서 배우고 싶지만..부득이하게 염소 밑에서도 배워야한다는 사실!!

아주 그냥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차라리 외과 선생님들처럼 소리지르고 뭐 던지고..
하는 건 오히려 참을 만하다. 그래도 뒤끝은 없으니까....
근데 여기는 학생을 " 들들 볶는다. "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두고~두고~ 아주 계속해서 잘근잘근 씹는다.
특히 우리 여선생님들...-.-;;
수술방이거나 분만실에서
여선생님들과 맣은 시간을 보냈는데....아우..아우..

인간이 인간을 씹음에 있어서 궁극적인 경지를 맛보았다.
어떤 상황인고 하니...
이제 수술방에서 교수님이 레지던트 선생님을 혼내시고 나가면..
이제 그다음부터 분위기 다운이다.
그 혼난 레지던트 선생님은 수술이 끝날때까지 내가 하는일에 대하며 조목조목 따지시고...
결국엔 날 완전히 " poor한 학생 " 으로 몰아세운다.

순간순간 다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
허나 그럴때 나에게 힘이 되어 준건 우리 어머니 아부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장래의 내 색시.....
등등의 얼굴이 교차해 지나가곤 했다.
그리고 혼자서 부질없이 담배나 피워댔지.

이번주 월요일엔 환자 증례발표를 하는데...
아무리 책을 뒤져봐도 교수님의 치료가 틀린 것이라..
교과서도 읽어보고 최신 저널 2개를 읽어봐도 교수님은 명백하게 " 해서는 안될 치료 " 를 하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이대로 발표를 해 버릴 것인가..아니면 교수님 치료에 맞춰서 살짝 수정을 가할 것인가.
( 물론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내가 파악하지 못한 다른 요소들로 인하여 교수님의 치료는 적절한 것임이 판명되었다.)

그 당시 새벽 2시에 컴퓨터 앞에 앉아..그동안 살아왔던 일들을 생각하며 내 소신껏 밀고 나가기로 결심을 하고 저장 버튼을 클릭하였다.
그리고 비장한 각오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건 비극의 시작이었다. 다음날 빌표를 한 후 교수님과 개인면담에 들어갔다..( 전 병원장이시다...)

" 자네 지금 내가 한 치료가 mal-practice 라는 말인가? "
" 아닙니다 교수님.... "
" 자네가 발표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되지.."
" 예 "
" 검사해준 레지던트가 누구야? "

결국 그날 부인과 종양 파트 레지던트는 박살이 났고
덩달아 분위기가 아주 싸~~ 해졌다.

조직사회라는 건 정말이지 내 성격과 들어맞지를 않는다.
의과 대학을 선택한 큰 이유중의 하나는 조직안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에서 였다.
왠걸..여긴..여긴...정말 철저한 조직사회다.

그날 산부인과 회식자리에서
멍하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여기 이 사람들...내가 그렇게 닮기 싫어했던 그런 사람들...어느새..나도 여기에 섞이어 웃고 떠들고 노래를 부르는 구나..

에이 젠장

don`t worry be happy!!

열심히 열심히 살아서 행복해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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