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12월 14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2. 1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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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아프지만 날짜 바꾸는 일까지 게을리하긴 싫어서....


몸이 아프니 두보의 시가 생각난다.

多病所須唯藥物  많은 병에 얻고자 하는 바는 오직 약물이니

微軀此外更何求  조그만 몸이 그것 이외 무엇을 구하리오.


                                  -두보 강촌 중에서-



말간 가람 한 마잘할 아나 흐르

긴 녀름 강촌애 일 마다 유심도다

절로 가며 절로 오니 집 우흿 져비오

서르 친며 서르 갓갑닌 물 가온 며기로다

늘근 겨지븐 죠 그려 쟝긔파

져믄 아다란나랄 두르뎌 고기 낫살 멩가나

한 병에 얻고져 논 바 오직 약물이니

져구맛 모미 이 밧긔 므스글 구리오

                                              -두시언해 중 강촌- (녹색글씨는 아래아가 들어간 부분)


고등학교 때 열심히 배워서인지 현대국어 해석보다 두시언해본의 해석이 더 마음절절하게 다가온다.


이왕 옛 시를 꺼내들었으니 내가 좋아하는 정읍사도 한번 꺼내본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대랄 드대욜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대 졈그랄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사-


큰도시 전주 저자거리에 남편을 보내두고 걱정하는 마음을 잘 표현한 이 시(? 고려가요? 백제 노래?)를 설명하면서 고등학교때 국어선생님은 '즌 대랄 드대욜세라'를 이렇게 설명해 주셨었다.

"내가 학생때 국어선생님이 '가람 이병기'선생님이었거든... 그 선생님의 해석은 이랬어. 즌데란 여자 입장에서 뭐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요즘 말로 창녀촌이나 기생집의 여자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이야."

그 국어 선생님은 물론 나의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했다.
소위 '전주고등학교'는 선생님 90여분중 절반이상이 모교 출신이었다.

그 선생님의 단골 메뉴중 하나가 서정주, 신석정, 이병기 선생님이 전주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었으며 그 중 신석정 , 이병기 선생님께는 직접 수업도 받으셨다는 것.

그러면서 이병기 선생님이 직접 설명해주신 자신의 시 난초에 대한 해석은 이랬다고 했다

난초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주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震)도 가까이 않고 우뢰(雨雷) 받아 사느니라.

                                             -이병기 난초-

"이게 다른 사람들은 이러쿵 저러쿵 설명하는 데 사실은 꼬추를 얘기한거야.
굳은 듯 보드랍고 <-- 맞지?
자주빛은 원래 자지빛이라고 쓰고 싶었어.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이건 정액을 얘기하는 거고.."
(나머지는 기억이 모자라는 관계로 생략)

선생님께 이런 얘기를 듣고 한샘국어의 설명을 보면 가관이었다.

'섬세한 감각과 절제된 언어로 난초의 고결한 외모와 세속을 초월한 본성의 아름다움을 신비롭게 형상화함.'

(쓰러진다 ^^*)


가끔 고등학교때 수업시간이 그립다.

난 국어와 지리시간이 제일 재미있었다.

지리는 내 평생 틀린 문제 개수가 10개가 넘지 않을 것이다.


그때 꼭 세계일주를 해보고 싶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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