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늘 정말 난생 처음으로 아가가 나오는 전 과정을
지켜 볼 수가 있었다.
내 동기들은 모두 많은 수의 분만 참관 경력이
있었지만..그동안 이상하게도 난 정상 분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왕절개는 몇번 봤지만..아무래도 아가야들이
쑥 빠져나오는 정상 분만 만큼은 재미가 없다.
내가 분만실을 지키고 있는 동안에는 아가야들이 세상에
나오고 싶어하지 않았나 보다.
짜식들..눈치는 빨라요...^^

오늘은 산실을 지켰다.
아주 운이 좋게도 오전에만 분만이 2개 있었다.
정말 이 지긋지긋한 생활에 오랜만에 흥미와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분만 전 산모들은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이 기간 동안 산전 태아 평가를 시행하고 진통이 간혹 있기도 하다.
내진을 통하여 자궁경부 개대가 충분히 일어났다고
판단이 되면 산모들은 분만실로 옮기어 진다.
교수님이 애를 받을 자세를 취하고 분만을 진행시키고, 2명의 레지던트가 보조를 한다.
일단 통증이 최대가 되면 산모는 허리를
붙인 상태로 변을 보듯이 힘을 준다.
그러다가 통증이 없어지면..깊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이러기를 반복하다가 육안으로 태아의 머리가
관찰이 되면 애가 잘나올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애 머리를 내회전 시킨후, 다시 외회전
그리고 살짝 빼면서 외전 시키면 된다.
물론 애들은 지들이 알아서 잘 나오기 때문에
애 안떨어지게 막고 있는 일도 중요하다.
그리고 중요한건 머리가 다 나왔을때 어깨를 잡아 빼면 안된다. 신경손상이 올 수 있다.
머리를 잡고 살살 돌려가며 빼야 한다.
애가 나오면 30초간 기다렸다가 탯줄을 잡고. 자른후
애는 간호사한테 넘기고, 태반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태반은 잡아빼서는 안되고 저절로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5-10분 후면은 나오게 되어있다.

헥헥...
책보고 쓴게 아니라..내가 오늘 보고 배운걸
기억해내서 쓴 것이다.
후후..
뿌듯하다..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산 지식을
배운것 같아 기분이 아주 나이스 하다.
이제 비행기 안에서 산모가 발생하면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간단하다. 산과 교수님들은
정말 난산이나 그 이외에 산모와 태아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계시는 듯 하다.
솔직히 꼭 교수님이 없더라도 애는 받을 수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꼭 교수님이 애를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아마도 환자가 특진 진료를 신청해서가 아닐까...-.-;;

산과 교수님들과 산모와의 관계는
참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그들은 서로 이해해주고 서로 따뜻히 대해준다.
참으로 산과 의사는 보람있는 직업이라 할수 있다.

병원의 대부분의 곳에선
아픈사람들, 죽어가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지만
여기 분만실은 정말 역동적이고, 액티브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생명을 본다.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이 세상에
처음으로 나오게 된다는 순간을 지켜본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권리이다.

정말 저게 사람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까만 물체가 갑자기 쓱 시야에 나타나게 되고..
이게 태아의 머리다.
아가들은 세상에 나오면서 고개를 든다 쓱..
그리고 운다 힘차게...
정말 처음으로 힘차게 운다.
이거참 글로써 표현할 재주가 없다....
그리고 또 짜증도 부릴줄 안다.
간호사들이 애기의 태아나 입에서 이물질들을 제거하려고 흡입기를 이용해서 빨아들이는데
예들은 귀찮다고 간호사들 손을 막 때린다.

근데 한가지 궁금한점이 있다
사주를 볼때 태어난 시간이 필요한데..
언제가 정확히 태어난 시점일까..
분만 진통이 시작된 시점...산모가 분만실로 옮겨진 시점...
애기 가 자궁에서 나와 골반으로 진입한 시점..
머리가 보이기 시작한 시점...
머리가 완전히 나와 세상 빛을 보기 시작한 시점.
어깨까지 완전히 다 나온 시점.
간호사가 출생 시간을 기입하는 시점...
등등 어느 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아아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여 우리는 정확한
정의를 내리도록 배웠다.
그러나 이런 경우엔 오히려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일이 더욱더 피굔한 일이 된다..
쓸데없이 한동안 이문제에 대해서 궁리를 했다.
신고

'medical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련함  (0) 2005.10.03
medical library  (5) 2005.09.30
분만 참관 - 그 잊을 수 없는 희열...  (2) 2005.09.29
산부인과 예진 이야기  (0) 2005.09.29
친구가 죽었다.  (0) 2005.09.29
제길..어쩌라구????  (0) 2005.09.29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