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MagicCafe 2018. 10. 2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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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Hodia mihi, cras tibi)


전주에서 진안으로 가는 길에 소리개재라는 고개가 있습니다.


그 고개에는 천주교 전주교구 공동묘지가 있죠. 지금은 금상동성당과 하늘자리 봉안묘지로 바뀌어 납골당입니다.

예전 공동묘지일때는 묘비들이 있었고 그 묘비에는 고인이 남긴 글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문구가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입니다. 이 글귀는 아마도 로마인들이 묘지 앞에 새겨두었다는 Hodie mihi, cras tibi의 의역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글을 보면 늘 숙연해지곤 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게 되니까요.


우리 가족 묘비는 십자가였는데 조소를 전공한 사촌 형수가 만든 일종의 예술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선산 없이 천주교 공동 묘지에 안장했다는 것은 가난했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신앙인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추석에 가서 보면 천주교인으로서 가족 모두가 신실한 지 아닌 지 알게되는데 묘지를 둘러싸고 기도를 제대로 하는 지 아니면 그냥 꽃만 두고 절 정도 하고 오는 지로 판단하곤 했습니다.


납골당으로 바뀌니 편하고 좋긴 하지만 예전처럼 각자의 사연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묘비를 다니며 구경하기도 힘들고 여러 고인들이 있는 작은 공간이니 우리 가족만 오래 있을 수 없어 기도만 후딱하고 나오게 되곤 합니다.


아마 저도 소리개재의 납골당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저는 아마도 '한 말씀만 하소서 내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라고 적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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