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75

제멜바이스, 억울하다고 말하기엔 너무 큰 부당함

1840년 헝가리 의사 이냐즈 제멜바이스가 비엔나의 종합병원에서 산모들의 높은 사망률을 조사했다. 그는 의사들이 부검실에서 사용한 수슬 도구를 닦지 않고 분만실로 가져가 산모의 몸에 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멜바이스가 의사의 손과 치료도구에 엄격한 위생 규정을 적용하자 사망률은 즉시 18%에서 3%로 감소했다. 그러나 다른 의사들은 그를 비웃었다. 그들은 제멜바이스가 시간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손이 늘 청결한 의사들에게 모욕감을 주었다고 비난했다. 의료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제멜바이스를 조롱하고 왕따시켰다. 심지어 그가 많은 생명을 구해냈던 병원은 그를 해고했다. 부당한 처사에 충격을 받은 그는 1865년 마흔일곱의 나이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로부터 2주 후 그는 병원 감시원에게 심한 구타를..

medical story 2021.07.21

[醫四들의 저녁식사] 늦깎이 의대생들

■ 참석자 · 배영석(30, 부산의대 본과 3학년) · 서운영(30, 서울의대 본과 1학년) · 이수현(31, 연세의대 본과 3학년) · 황의선(31, 전남의대 예과 2학년) ■ 장소 - '매드 포 갈릭'(압구정동 소재) ■ 진행 - 박재영(본지 편집국장) ■ 정리 - 곽나순(본지 취재기자) ■ 사진 - 김선경(본지 사진기자) Q. 의대 오기 전의 전적? - 전 공대 기계공학과를 다니다가 왔구요. 작년에 결혼해서 올 6월에 아기아빠가 됐습니다. - 저도 기계공학과를 중퇴하고 수능 보고 입학했습니다. 아직 결혼은 안 했구요. - 대학원에서 의료사회학을 전공해서 박사 과정까지 마쳤어요. 논문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본과 1학년으로 편입했죠. 결혼한 지 6년 됐구요. 5살 짜리 딸도 하나 있습니다. - 신학부를 ..

medical story 2011.03.04

가장 오랫동안 의학을 지배한 사람, 갈레노스

[한겨레] 고대 서양의학을 대표하는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히포크라테스다. 그에 비해 갈레노스(Claudius Galenus, 129~199)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의 상징이라면, 갈레노스는 약 1300년 동안이나 서양의학을 실제로 지배했다. 현대 과학에서 어떤 연구결과의 가치를 평가할 때 해당 논문의 ‘피인용지수’를 본다. 다른 논문에서 많이 인용된 연구결과일수록 높은 가치를 갖는다는 뜻이다. 만약 피인용지수를 고대부터 적용한다면 단연 1등은 갈레노스다. 그것도 2등과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면서 말이다. 현대의학 시대가 열리기까지 대부분의 의학 분쟁이 ‘갈레노스의 말에 따르면…’으로 해결될 정도였다. 그리스 식민도시 페르가뭄에서 태어난 갈레노스는 청소년 시절 아버..

medical story 2008.03.05

사랑하는 신부님

신부님 고마워요~! kwangseok 님의 말: 안녕! 잘갔어? 날씨가 싸늘하네 이 곳은. emergency medicine 님의 말: 네 비가오더니 많이 날씨가 많이 서늘해졌어요 kwangseok 님의 말: 남쪽도 그래? 계절이 항상 꺽여지듯 변하네. 계절도 고비가 있나봐. emergency medicine 님의 말: 개강 첫날이어서인지 그냥 피곤하네요.. kwangseok 님의 말: 그래? 사실 기분이 복잡하겠지. 얼마나 힘들겠어! OO이 wife가 좋아보여. 영리하고.. OO이랑 여러가지로 좋은일 많이 하겠어. 축복이니까 좋은일도 생각하라고. 난 부럽다니까. 힘들 것도 뻔한일이지만. wife에게 안부 전하고. emergency medicine 님의 말: 고마워요 신부님...마음을 다스리려고 차분히 ..

medical story 2007.01.18

미생물 실습

과학의 이미지하면 늘 이런 시험관의 이미지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니 그닥 즐겁지 않다. 그냥 하라니 한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겠지. 내가 이런 기초과학을 재미없어하는 건 아마도 최소한 문사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이런 류의 논의에 끼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이런 잡다한 일들 쯤은 과학자들이 하고 그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큰 패러다임을 잡아 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난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기초학문하는 사람들이 손발을 움직여 고생을 해주어야 내가 머리를 쓸 일이 생기지^^* ㅋㅋㅋ

medical story 2007.01.13

OSCE

우리 정민 마님이 OSCE(임상 수행 능력 평가 시험)시험 중이다. 잠시 시험장에 들러 TH-55군으로 한 컷 찍었다. 가끔씩 의대와 신학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가톨릭 신학부에서도 제일 윗학년은 거의 언제나 수단을 입고 있다 그들은 성직자인 부제이므로....그 밑 학년인 대학원1년차 혹은 2년차들도 성직자는 아니지만 시종직이나 독서직 수여자들이므로 수단을 입을 수 있고 전례(미사)가 아닌때에도 가끔씩 수업시간에도 입고 들어온다. 의대에서도 본과 3학년부터는 가운을 입는다. 아무래도 3학년보다는 4학년들이 가운을 입었을때 더 자연스럽다. 오늘 시험장을 보니 예전 신학부때 생각이 났다.

medical story 2007.01.13

기인이..

기인이.. 우리병원에 입원해 있는 여자아이.. 내가 주치의를 맏고 있는 27살난 여자아이다. 27살이나 먹었는데..그녀는 "아이" 라고 불리는게 더 어울린다. 발육장애, 정신지체 장애 2급 인 환자로, 태어날때부터, 대장에 신경이 존재하지 않는 colonic inertia 환자.. 7-8살난 여자아이라고 하면 딱 어울릴만한 체구에...말도 잘 못하고, 말귀도 잘못알아 듣는 기인이... 얼굴은 뽀얗게...참으로 귀엽고 이쁘게 생긴 아이다.. 기인이. 김기인. 기인아, 기인아, 하고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볼도 꼬집어 주면, 씩..이러고 알듯말듯한 미소를 짓곤 하였다. 그녀는 엄마를 좋아한다...그다음에 나를 좋아한다... 기인이는 배가 맣이 아프다.. 대장에 신경이 없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하..

medical story 2006.12.23

외과 의사..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지금은 레지던트 1년차. 8년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다. 고된 1년차 생활...것두 힘들다는 외과 1년차 생활을 하다보면 대부분 아무 생각없이 하루를 보내게 된다. 나에게 주어지는 의무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다보면, 어느때는 의국, 어는때는 당직실...또 어는때는 병동에서 잠이 들고, 아침에 깨어나서 또다시 분주하게 회진 준비를 한다. 난 정말이지, 절대로 못할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1년..끝이 보이고...무엇이...나에게 외과의사로 남을수 있게 해주었는지 생각해보다. . 냉정히 말하면..... 자존심. ( 흔히 말하는 vision..높은 수당 내지는 여유로은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전통적으로 내가 속한 이곳은 외과의 power가 세고. 외과..

medical story 2006.11.14

언제나 익숙해질수 있을까?

이제 외과 2년차쯤 되었으면 다들 무덤덤해지고, 다들 그렇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일상의 한부분으로 받아들이며, 별 생각없이 지나가곤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도 잘 되지가 않는다. 중환자실에 깔려 있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환자들.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항암 치료를 하는 환자들. 어디가 아프고...아파서...좋은날에 병원신세만 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난 끊임없이 괴롭다. 피곤한 스타일이다. 저기 있는 저 불쌍한 사람..살려야 하는데...그래야 하는데... 내가 살려줘야 하는데... 방법이 없는걸까? 그렇다 하여도...아무리 그래도... 내가 아무리 슬퍼하고..아쉬워하고.........그래도.. 별수가 없다. 몇일밤을, 중환자실과 수술실에서 지새워도... 당신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이를 악..

medical story 2006.11.14

몇 가지 단상들

참으로 단조롭게 산다. 내가 하루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각혹은 느낌들은 10가지 이내로 압축이 된다. 더욱이, 뭔가 고차원적이고 형 이상학적인, 지식이나 생각들은 이제 나와는 거리가 먼듯. 개념, 명제, 추상적인 가치, 의미, 따위의 어려운 말들은 어느덧 잊혀지고. 구체적인 사례, 개별적인 사건, 단편적 지식, 흩어진 지식과 지식의 어설픈 연결들. 어제는 이 병원 ( 대전으로 옮겨와 근무중 ) 1년차가 또 병원을 도망가 버리고. 졸지에, 1년차 일까지 떠맡게 되었다. 죽어라 일만 하고 있다. 내 팔자야.. 국립극장, 대학로, 마리아홀. 세익스피어, 안톤 체홉, 아서 밀러. 어느 가을이던가...국립극장에서, 세익스피어를 보고, 가로등이 켜진 은행나뭇길을 걸어내려와 동국대 골목에서 닭발에 소주 한잔을 먹었었..

medical story 200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