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관심가는 책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 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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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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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빨간 뱀피부츠를 신을까>
옷차림으로 푸는 정신분석서 '나를 벗겨줘'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44사이즈의 가냘픈 몸매를 드러내는 꽉 조이는 옷을 입고 빨간색 뱀피 부츠를 신은 다리를 꼰 채 선홍빛 립스틱을 바른 입술 사이로 담배를 무는 여자. 옆 자리 남자들의 시선은 그녀의 움직임을 좇는다.

무관심 한 척 남자들의 애무하는 시선과 함께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여자는 '결여된 남근'의 대용품으로 빨간 뱀피 부츠를 선택해 '조금 더 덧붙이려는' 거세 콤플렉스를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인 카트린느 쥬베르와 사라 스탠은 프로이트의 말을 빌어 '그렇다'고 끄덕인다.

이들이 함께 쓴 '나를 벗겨줘'(은행나무 펴냄)는 옷차림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고 결론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 옷을 선택했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심을 갖는 정신분석서다.

현재의 옷차림에서 지금까지 그 사람이 겪어온 아픔과 변화의 흔적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옷장을 열고 서서 '입을 옷이 없다'고 푸념하다 비슷한 색깔과 스타일의 옷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경험이 있다면 솔깃할 만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옷과 스타일에 관련된 19가지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저자의 정신분석학적 해석이 이어진다. 프로이트나 라캉, 융의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난해하거나 딱딱한 설명 대신 실생활에서 있을 법한 에피소드로 쉽게 풀어냈다.

새 옷으로 기분전환을 하는 여성은 멋진 옷을 소유함으로써 잡지나 옷가게 점원이 제시한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정복했다는 만족감을 느낀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그 욕망은 어느새 강박관념이 되어 쇼핑 중독으로 몰아가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들이 침대 위에 수 십벌의 옷가지를 늘어놓고 어떤 옷이 어울릴지 두 시간씩 고민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장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결혼식에서도 수 백가지 고민과 갈등 끝에 결국 남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웨딩드레스를 선택한다. 자신의 욕망에 귀기울이기보다는 타인의 욕망에 자신을 맞추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 역시 내면에 숨겨진 의식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진보적인 정치의식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매력적인 남자가 고수하는 검정색 옷 안에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성적 욕망이나 비밀스런 고통을 가두고 있으며, 늘 검정색만 입는다는 사실은 타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입혀주던 특정 브랜드의 옷에 익숙해진 남자는 중세 시대 기사가 갑옷을 조여입듯 낡고 뻣뻣해진 폴로를 고수하다가 다른 취향을 가진 아내를 만나면 어머니의 규칙을 벗어나 아내의 규칙을 따르기 시작한다.

이승우 옮김. 21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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