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친구가 궁금해졌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29.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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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강기자!!
이 녀석은 내 고교동창이다 고3때던가 고2때던가 같은반이었다.
공부 잘했던 이녀석은 서울대에 갔고 나는 신학대로 진학했다.
그렇지만 간간히 연락을 했었고 내가 구속되던 사연을 과학회지에 실어주기도 했으며 어찌어찌 계속 인연이 이어졌고 친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 사건의 오해와 나의 잘못된 처신으로 서로 연락을 끊게되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참 글을 잘쓴다.
잘 쓴다는 것에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녀석의 글은 뭐랄까 발상이 좋고 단순히 글재주가 아닌 공부한 흔적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미디어오늘에 입사할때 같이 고민하며 노력했고 김종배 편집장에게 좋은 녀석이니 편견없이 심사해달라고 청탁도 했던 기억이 난다.

오랫만에 생각나 미디어오늘을 검색했으나 올 7월 이후에 기사가 없는 게 좀 이상하다.
퇴사했나?

아래는 수강이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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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의 단초는 80년 '이윤상 유괴사건'



[미디어오늘 이수강 기자]

"졸작 '벌레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쓴 소설이다."

28일 새벽(한국시각) 영화배우 전도연씨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밀양'(연출 이창동 감독)의 원작 소설인 '벌레이야기'의 저자 이청준씨가 '작가 서문'(2007)에서 밝힌 말이다.

영화 제작에 맞춰 최근 단행본이 새로 발간됐지만, 원래 '벌레이야기'는 지난 1985년 계간 '외국문학' 여름호(제5호)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1988년에는 단행본으로, 2002년에는 '이청준 문학전집'의 한 권으로 같은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전체 20여쪽에 불과한 이 소설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은 이 감독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살을 입혀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소설에는 '밀양'의 '밀'자도 안 나올 정도로, 영화의 구성과 등장인물은 소설과 매우 다르다.

그렇다면 이청준씨가 소재로 삼은 '실제 사건'은 무엇일까. 몇 가지 단서가 있다.

"작품을 쓰기 얼마 전 서울의 한 동네에서 어린이 유괴살해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결국 붙잡히고, 재판을 거쳐 사형수로 집행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과 고통은 굳이 이를 바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범인이 형 집행 전 마지막 남긴 말이 '나는 하나님의 품에 안겨 평화로운 마음으로 떠나가며, 그 자비가 희생자와 가족에게도 베풀어지기를 빌겠다'는 요지였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겠지만, 내게는 그 말이 그렇게 들렸고, 그것은 내게 그 참혹한 사건보다 더 충격이었다." (작가 서문·2007년)

소설에서는 유괴살해범이 형장에서 눈과 신장을 기증하고 떠난다는 언급도 나온다.

이쯤 되면 198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윤상군 유괴살해사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였던 주영형씨는 1980년 11월 학교 제자인 윤상군(당시 14세·중학교 1학년)을 납치·살해했으며, 사건 발생 1년 여만인 1981년 11월 검거됐다. 이후 1982년 11월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가 확정됐으며, 1983년 7월9일 사형이 집행됐다.



▲ 조선일보 1983년 7월10일자 기사

사형 집행 당시 조선일보(1983년 7월10일자)는 사회면 머릿기사로 <4명에 새삶주고…"제자살해 속죄" / 주영형, 눈·콩팥 기증>를 실었다. 기사는 "지난 (1983년) 4월3일 구치소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주(朱)는 '교육자로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신앙의 길로 인도해준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말과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등의 말을 남기고 교수대에 올랐다. 사형수로서는 놀라울만큼 평온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 동아일보 1983년 7월11일자 기사

석간이었던 동아일보는 다음 날인 7월11일자 사회면 상자기사로 <'마지막 참회' 윤상군 살해 주영형 사형집행…눈·콩팥 기증>을 실었다. 부제는 <실명 위기의 대학생 등 4명 이식수술 / 뒤늦게 안 가족들 "그의 영혼 위해 기도">였다.

이 기사도 말미에 "정작 사형이 집행되는 날은 평온한 몸가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주(朱)는 그동안 구치소에서 기독교에 귀의, 지난 4월3일 구치소교회에서 세례를 받기도 했다고"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실제 사건'에서 이청준 씨는 소설 창작의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의 이 소설 독후감이 흥미롭다. 이 감독은 영화평론가 허문영씨와의 씨네21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문회 열기가 한창이던 1988년 '외국문학'이란 계간지에서 이청준 선생의 '벌레 이야기'라는 소설을 읽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즉각적인 느낌은 '이게 광주 이야기구나'란 것이었다. 청문회에서는 광주학살의 원인과 가해자를 따지고 있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이제 화해하자는 공론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벌레 이야기'에는 광주에 관한 내용이 암시조차 없는데도 나는 광주에 관한 이야기로 읽었다. 그 소설이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피해자가 용서하기 전에 누가 용서할 수 있느냐, 라고. 그리고 가해자가 참회한다는 것이 얼마나 진실한 것이냐, 그리고 그것을 누가 알 것이냐. 다른 한편으로는 이청준 소설의 큰 미덕인데, 그 이야기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것을 느꼈다. 어찌 보면 되게 관념적인 이야기인데 그게 늘 내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내 개인사와도 관련이 있었겠지. 그러다가 '오아시스'를 끝낸 뒤 밀양이라는 공간의 느낌과 그 이름이 이루는 아이러니한 대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게 나도 모르게 '벌레 이야기'와 결합된 것 같다."

이 감독은 '광주 청문회'가 한창이던 1988년 이 소설을 읽고 '광주'를 떠올렸다지만(1993년 영화계에 데뷔하기 이전의 이 감독은 소설가였다), 이청준씨는 1985년에 이 소설을 썼기 때문에 그러한 의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원과 용서' '신과 인간'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다양한 알레고리로 읽힐 수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그러한 주제의식의 '보편성'은 20여년이라는 시간적 격차, 한국과 서양(칸)이라는 공간적 격차를 뛰어넘는 울림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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