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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름 그륀 신부 인터뷰

비회원 2008. 8. 3. 02:56
“나 자신을 진지하게 만나는 일 없이 하느님을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 가톨릭의 세계적 영성가이자 수도자인 안젤름 그륀 (62·독일 베네딕도 수도회)신부가 2일 한국을 찾았다. 서울 명동의 전·진·상 교육관에서 만난 그는 눈빛과 표정이 무척 맑았다.

영성에 대한 저술만 해도 80여 권. 그중 10여권이 국내에도 출간됐다. 그륀 신부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영적 수도자였던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AD 345~399)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걸 방해하는 감정과 욕망이야말로 ‘악마’다. 그런 악마를 잘 관찰하고, 다루고, 이겨나가는 것이 영성의 길이기도 하다.” 그에게 그 ‘길’을 물었다.


-당신은 ‘최고의 영성가’로 꼽힌다. ‘영성’이란 뭔가.

“‘영성’이란 영적인 힘으로 사는 걸 의미한다. 특히 그리스도인에겐 성령의 힘으로 사는 걸 뜻한다.”

-그 ‘영성’을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성령의 힘으로, 성령 안에서 살 수가 있다. 내가 나 자신을 만날 때 비로소 ‘예수’도 만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영성의 상실’을 말한다. 상실의 이유는 뭔가.

“‘나 자신’과의 관계가 단절됐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안’이 아니라 ‘바깥’을 보며 살아간다. 외부와의 관계만 붙잡고 사는 셈이다. 그래서 내면을 살피는 일, 자신을 아는 일에는 소홀하다. 그렇게 바깥만 향하는 사람은 ‘영성’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럼 ‘영성’을 회복하려면.

“나 자신을 제대로 알 때 하느님을 알게 된다. 예수님이 뭐라고 하셨나. ‘오직 진리만이 자기를 자유롭게 한다’고 했다. 내가 진리를 직시하고, 그걸 견뎌낼 때 비로소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신부님은 기도 방법에 불교의 선(禪) 묵상도 도입했다고 들었다. 과연 그런가.

“1968년부터 75년까지 선 묵상을 해봤다. 이후 기도할 때는 낮은 의자에서 좌선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찾는 대상은 차이가 난다. 나는 그렇게 앉아서 선 묵상을 하는 게 아니라, 예수 기도를 한다.”

-이유가 있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나는 예수 기도를 통해서 마음의 따뜻함을 느꼈다. 그런데 선묵상을 통해선 그런 온기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차가움을 느꼈다. 우리가 선 명상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내겐 그리스도교 전통과 문화가 훨씬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선적인 자세나 묵상이 가톨릭 전통과 충돌하진 않나.

“묵상법이나 명상법은 이미 여러 민족에게 있었다. 그걸 가톨릭 수도자들이 받아들여 그리스도교화한 것이다. 동방교회 전통에도 ‘예수님 기도’가 있었다. 편한 자세로 앉아 숨을 들이쉬면서 ‘예수님’, 숨을 내쉬면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하고 반복하는 식이다. 그렇게 성경 구절을 들고 묵상이나 명상에 들기도 한다. 기도의 목표는 ‘침묵’에 잠기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상처가 있다. 어떻게 치유할 수 있나.

“나 역시 상처를 가지고 살았다. 예전에 호숫가에서 나는 그 상처에 대한 고마움을 경험했다. 내가 온전함에 대한 동경, 치유에 대한 열망을 가지는 게 상처 때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이 두려움이나 우울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놓고 우리는 영혼에 감사해야 한다. 상처는 치유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부님은 끊임없이 ‘나 자신을 만나라’고 한다. 그래야 예수를 만난다고 했다. 그럼 신부님이 만난 ‘나 자신’은 무엇이었나.

“‘나 자신’을 만난다는 건 고요함을 만나는 것이다. 이런저런 평가와 저울질 없이 세상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있는 그대로’ 못 보나.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고요한 곳으로 가기가 두렵다. 거기에 가면 내 안의 화산, 묻어둔 감정과 욕망이 폭발할까봐 두렵다’고 말이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너무 부정적이다. 당신은 자신을 덮고 감추는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하고 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이, 있는 그대로 존재해도 됨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상처와 고통도 일부러 감출 필요가 없다. 그래야 하느님께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신다.”

-그렇게 바라보면 무엇이 달라지나.

“그런 바라봄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우리를 숨 쉬게 한다. 우리를 살게 한다. 그런데 자신을 열지 않고, 자신을 감추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그건 우리 자신을 끊임없이 도망치게 만들 뿐이다.”

-마지막으로 가슴에 담아두는 성경 구절을 말해 달라.

“요한복음 10장10절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는 구절이다. 여기서 나는 예수님의 넘치도록 충만한 생명을 느낀다.”


글·사진=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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