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인연? 악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8. 2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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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를 하다보면, 참 극적인 순간들이 많이 있다.
내손으로, 내힘으로, Critical intervention 을 성공리에 수행하여
많은 사람을 살려도 봤다.


그러나..
정작 기억에 남는건. 가슴에 사무치는 건.
수많은 사연과 아픈 기억들이 뒤범벅이 된, 몇명의 환자들.,
아니...흔히 말하기를 몇몇의 케이스들..


의국에서 술판이 벌어질때면, 나는 늘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하곤 하였다.
어짜피 이런 술판이라도 벌어져야, 지긋지긋한 병원일에서 잠시라도 벗어날수 있기 때문.
게다가 2년차라던지 다른 당직 1년차가 내 환자들까지 돌봐주니...이런게 바로 자유아닌가?
어찌 되었든...그렇게 술이 취하는 날엔...안주거리 삼아..넋두리 삼아....생각이 나는 환자들이 있다.


수 많은 밤을 지새우고, 수많은 낮에도 그에게 매달리고
내 가 그 환자가 되고, 그가 내가 되고..
나중에는 내가 그인지...그가 나인지...알수조차 없게 되고...
그렇게 정성을 다하던 환자는..


어느땐...차라리 죽어라...당신이 죽어야 내가 살수가 있다....라는생각을 하기도 하고..
구불구불..인생길 돌다가 어딘가 아파서, 어딘가 죽을병에 걸려서....
여기.내앞에 이렇게 왔다가 훌쩍 가버리는 사람들.
그들과 나는 악연일까?



아! 중환자실 창문으로 따스하게 내리쬐던 오후의 햇살과....뚜뚜뚜...조용한 모니터링 소리...
간호사들은 뭔가 쓰기에 바쁘고....역설적으로 평화로움마저 감돌던 때에.
나도 왠일인지 시간이 비어서 그곳에 서있다.
이미 모든 lab 수치며, V/S 이 절망적임을 알려주고 있지만. 정신이 말짱한 환자.


정말 날아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다.


의사된지 2년이 지나 이제 3년째..
나는 의사가 된것을 그리고 외과의사가 된것을 한치도 후회하지를 않는다.
누군가의 끝을 함께 한다는 것.

어떤 인생길을 돌아왔던지...
그 길이 고생많고 고된 길이었건, 순탄하고 행복한 길이었건.



그들은 끝날때 내가 옆에 있었다는 걸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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