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보헤미안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9. 1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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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혜화동에서 학교를 다닐때 즐겨찾던 커피숍 '보헤미안'이 있었다.
하루 용돈(?) 1천원을 며칠 모으면 1주일에 한번정도는 갈 수 있었고 커피값을 항상 내가 내야했던 것은 아니니...

혜화동로타리에 있던 '보헤미안'은 내겐 잊을수 없는 명소다.

대학로에서 제일 비쌌던 '이상','파라솔' 이런 곳이 커피 한 잔에 2500원 정도 했었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1잔에 1500~2000원 이었고 커피 맛은 '으뜸'이었다.

그 당시에도 가끔 '보헤미안'의 우수한 맛은 기사화되곤 했고 그래서 이 집은 오래오래 혜화동 로타리에 남아있겠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 다시 찾아본 대학로에서 사라져 있었다.

우연히 보게된 어느 기사에서 보헤미안을 운영하던 박이추씨에 관한 얘기가 나와 반갑게 보았다.

커피 마니아들은 국내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강원 강릉시 영진리에 있는 ‘보헤미안’을 꼽는다.

보헤미안은 한국 커피계의 ‘초절정 고수’로 불리는 ‘1서(徐) 3박(朴)’ 중 한 명인 박이추(56) 씨가 운영하는 곳. 전국에 퍼져 있는 100여 곳의 로스팅 업소 중 상당수가 제자임을 자처하며 ‘1서 3박’을 ‘선생님’으로 떠받들고 있다.

일본 국적의 교포였다가 1990년대 중반 귀화한 박이추 씨는 여전히 한국말이 서툴다. 일본에서 고교를 마치고 목장을 경영하다 커피 전문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80년대 말 서울 혜화동과 안암동 고려대 부근에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서울에서 그의 커피 맛을 보고 싶다면 안암동 고려대 후문의 ‘인터내셔날 커피하우스 보헤미안’을 찾으면 된다. 이곳은 해외유학 시절의 커피 맛을 그리워하는 고려대 교수들의 단골집이다.

2006년 9월 8일(금) 3:01 [동아일보]

어쩌다 강릉까지 가게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대학로에는 내가 가졌던 추억의 공간들이 다 사라져버린것 같아 안타깝다.

혜화동에 처음으로 국민은행자리에 생긴 세븐일레븐. 그 없어진 국민은행에서 나는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내 통장을 가져보았고 그 국민은행에서 살짝 돌아가면 나오는 혜화동 우체국에서 주로 편지와 학보들을 친구와 가족에게 부쳤으며 가끔 황금찬 시인을 만나 인사도 했었다.

로타리 주유소에서 가톨릭서원 골목으로 가면 카페'산'이 있었는데 그곳을 지금은 없어진 내 홈피에서 소개한 적도 있다.(그당시 사람들이 나보고 어디가냐고 물으면 산에 간다고 답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도봉산/관악산 이런 산에 가는 줄 알았지만 나는 '산'에 갔었다)  '산'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연우무대가 있고 바로 그 곳에 바로 나의 블로그명이자 닉네임인 '마술가게'가 있었다.

혜화동 우체국 맞은 편에는 지금은 빵집 이름을 잊어버린 가게에서 날마다 갓 구워진 식빵을 사서 눌리지 않게 가로로 들고 가면서 식빵 내음을 맡으며 걷곤 했다.

나폴레옹 제과, 석굴암 등의 얘기는 지금 이 블로그엔 없지만 예전 홈피 시절에 써 놓았으니 다시 언급하기 그렇지만 혜화동은 마치 내고향과도 같다.

끔찍히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고 맹세하는 20대의 시절이지만 오늘은 그 시절이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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