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기인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2. 23.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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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이..

우리병원에 입원해 있는 여자아이..

내가 주치의를 맏고 있는 27살난 여자아이다.


27살이나 먹었는데..그녀는 "아이" 라고 불리는게 더 어울린다.

발육장애, 정신지체 장애 2급 인 환자로, 태어날때부터, 대장에 신경이 존재하지 않는

colonic inertia 환자.. 7-8살난 여자아이라고 하면 딱 어울릴만한 체구에...말도 잘 못하고, 말귀도 잘못알아 듣는 기인이...


얼굴은 뽀얗게...참으로  귀엽고 이쁘게 생긴 아이다..




기인이.

김기인.


기인아, 기인아, 하고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볼도 꼬집어 주면, 씩..이러고 알듯말듯한

미소를 짓곤 하였다.

그녀는 엄마를 좋아한다...그다음에 나를 좋아한다...


기인이는 배가 맣이 아프다..


대장에 신경이 없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연동운동이 일어나지 않아.

밥을 먹을수도 없다..그리고, 장이 부풀어올라 배가 남산만하게부풀어 올라.

맨날 아프다고 끙끙..앓곤 하였다.


그래도 그동안은 집에서, 엄마가 배를 쓱쓱 잘 문질러줘서..왠만큼 먹고, 대변도 보고 이렇게 지내오다가

이번에 제대로 장폐색증이 와서 병원에 입원하였다.


아프다고 말은 못해도,  얼굴을 찌푸리고, 짜증부리고,,끙끙 거리고...



기인이네는 가난하다..


엄마, 아빠가 옆에 붙어서 돌보아 줄 시간이 없다.


기인이를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수 없어.

괜시리 쩝쩝...입맛만 다셔보다가, 머리한번 쓰다줌어 주고..

기인아 기인아...이뿐아....이러고 그냥 병실을 나오곤 하였다.


.....


수술합시다...아무리 그래도 지금보다야 낫겠죠...


수술하면 살수 있나요?


아이고 엄마...수술안하면 뭐 할라구요?..이대로 두면 얼마 못갑니다.


차라리..그냥 집에 대리구 갈래유....


.....


기인이네 엄마, 아빠는 그냥 그렇게...아픈 딸네미가 못내 불쌍하고, 슬퍼서,

배만 쓱쓱 문지르곤 하였다.


...


일요일 새벽...


이제 1년차하고 나하고, 대충 일 끝내두고, TV 보면서, 낄낄 거리고 있었는데.

의국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선생님 기인이, CPR 이에요!!!!!!


CPR..심장이 멎고, 호흡이 없다.


내가 저녁때 본것보다도 더, 배는 부풀어올라, 빵빵 해졌고,

이미 얼굴과 손발에 청색증이 와 있었다...호흡은 정지해 있었고, 맥박은 희미하게 촉지되었다.


즉시 기도삽관을 하고, 중심정맥 삽관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중환자실로 끌고  내려갔다.


이런 케이스는 그동안 많이 봐았다.


bowel perforation, strangulation sepsis,


몇가지 가능한 진단이 머리속을 훑고 지나갔다.


죽겠구나...


살면 이상한 거지...


그래도, 나는무슨생각이었는지,  기인아, 기인아, 좀만 참아라,,,좀만 참으면 살수 있다.

라고 말을 해주었다.


승압제와 수액을 쏟아붓고, 왠만큼 vital 이 잡힌 후에

바로 결정을 내렸다.


교수님, 기인이 CPR입니다....

보호자는?

아직 결정을 못내렸습니다...

그래?  너무 억지로 하지는 말고..설명 잘해주고...

교수님, 수술해야 할것 같습니다.

야, 걔 수술한다고 살겄냐? 어쨌든 보호자한테는 warning 잘 하고....준비하라고 해라..


엄마는 응급실로 실려갔고, 아빠한테, 기인이 수술하겠다, 수술해도 죽는다. 그래도 이렇게 죽일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몇마디 던지고, 바로 수술실로 끌고 내려갔다.


기인아,기인아 좀만 참자, 수술하자...


마취과는 바이탈이 어떻네,,,뭐네,,하면서 뻘 개소리를 하길래 , 썅..좀 닥치라고 한마디 했다.


그리고 우리는 배를 열었다.


대장이 부풀어 올라 수술 테이믈에 한가득 가득 차 올랐다.

10cm 이 넘으면 터진다고 나와있는 대장이....기인이 대장은....직경 20cm....그래도 터지지 않고 조만한 뱃속에서 꾸역꾸역 잘도 살아있었다.

이 놈이 가슴을 치밀어 올라,,respratory arrest 가 왔었던 것으로 생각이 되었고,

heart attack 이 그다음 순서로 왔겠지...


다행히...장이 터진곳은 없어...우리가 흔히 말하는 똥배는 아니었다.


우리는 대장을 모두잘라버리고, 소장과 직장을 이어주는 수술을 하였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오늘 나는 일반병실에서, 생글생글웃고 있는 기인이 볼따구를 꼬집어 주고 나왔다.


기인아 기인아,,,배 어디 갔어...빵빵한 기인이 배가 홀쭉해졌네....신기하다..그지?




Greast surgeon.

기인이 끌고, 다 죽는다고 할때, 우리는 수술실로 끌고 내려가 수술하고 기어코

살려내고야 말았다.


이런 순간이야 말로, 외과 의사가 된 보람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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