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해방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2. 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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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24일! 아내와 함께 수도원에서 퇴회한 이후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정동 수도원의 성탄전야미사에 참석했었다.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고 얼마나 변했을지 그리고 얼마나 그대로일지 궁금했다.

또 그런만큼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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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어느 구석에는 인정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지난 수도생활에 대한 미련 혹은 컴플렉스가 있었다.

'수도생활에 실패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다양했다.
수도자의 자질이 없는 인간이거나 인격 성숙이 안되었다거나 성적 갈망이 기준을 넘었다거나 등등 ..etc.

나는 수도원에서 왜 나왔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으레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이라고 답을 하곤 했지만 그걸 듣는 사람이 내 말의 의미를 곧이곧대로 이해했을지는 의문이다.

뜬금없이 왜 내가 정동수도원 성탄전야미사에 아내와 함께 갔을까?

첫번째 이유는 서울에 있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언젠가는 한번 가고 싶었다.
세번째 이유는 내가 사랑했던 하느님과 프란치스꼬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성탄 전야미사에는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성당을 채우고 있었다.

수도원 형제들의 수도 많이 늘었다. 그러나 나는 말씀의 전례까지만 참석하고 아내에게 정동길을 걷자고 제안하며 그곳을 나왔다.
그곳엔 전에 내가 사랑한던 프란치스꼬와 하느님은 이제 안계시는게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확실히 얘기할수 있다.

내가 수도원에 더 오래 머물렀다고 해도 언젠가는 그곳을 나왔을거라고....

아내와 함께 정동길을 걸으면서 참으로 오랫만에 '해방감'을 느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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