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Punta Arenas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3. 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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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배들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넘나들려면 남극반도와 남미대륙의 남단 사이 드레이크 해협을 통하지 않고는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엉성한 목선이 돛을 올려 바람을 타고 남극의 폭풍이 몰아치고 해류가 계곡의 급류처럼 빠른 이 거친 해협을 빠져나가는 건 목숨을 파도에 저당 잡히는 일이었다. 1520년 겁없는 모험가 마젤란은 대선단을 이끌고 대서양 연안으로 내려오다가 드레이크 해협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 날 따라 파도는 미친 듯이 날뛰고 바람은 돛을 부러뜨릴 듯이 맹렬히 불어와 남미 대륙 끝에 널에 있는 섬 사이 안전한 곳으로 선단을 몰고 갔다. 강풍과 파도가 좀 누구러지면 드레이크 해협을 건너겠다고 하구로 들어가 대피했다. 강이라고 생각했던 그 물줄기는 넓어졌다 좁아지며 계속 이어졌다. 자꾸 올라가던 마젤란 선단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태평양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사나운 드레이크 해협이 아닌, 좁지만 잔잔하고 안전한 새로운 해협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이 "세계사를 바꾼, 마젤란 해협"인 것이다. 그 이후 수많은 배들이 마음놓고 마젤란 해협을 지나 대서양과 태평양을 지나 다녔다.

마젤란 해협가의 작은 마을 푼타아레나스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 낮이고 밤이고 흥청거렸다. 상점들이 들어서고, 술집은 목마른 뱃사람들로 왁자지껄하고, 바람따라 굴러 온 여인들은 훌럴훌렁 치마를 벗었다. 400여년의 세월이 흐른 1914년 남북미를 잇는 잘룩한 파나마 운하가 뚫리자, 남미대륙 아랫쪽 끝을 돌아 가던 뱃길은 하루 아침에 끊겨 버렸다. 번창한 항구 푼타 아레나스도 마젤란 해협과 운명을 같이했다. 늙은 퇴기 주막집에 발길 끊어지듯 푼타 아레나스는 몰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두침침한 납 빛깔의 바다처럼 푼타 아레나스는 한적한 포구로 역사의 장에서 사라졌다.


산티아고 남쪽 약 2,200km 지점, 브런즈윅 반도 동쪽의 마젤란해협에 면하며, 푸에고섬의 우수아이아를 제외하면 세계 최남단의 도시이다. 1849년 호세 데 로스 산토스 마르도네스에 의하여 건설되었으며 1927~1937년까지는 마가야네스라고 불렸다. 항구는 자유항이며 부근의 로레토 탄전과 유전 개발의 거점이기도 하다.

파나마 운하의 개통과 선박 석유연료의 개발에 따라 기항지·급탄지()로서의 중요성은 저하되었으나 파나마 운하 개통 전까지는 남동태평양·대서양 간의 연락항으로서 큰 역할을 하였다. 양모·양고기를 수출한다. 육·해·공군의 기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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