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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인터넷 칼럼니스트 겸 화가 장현실

비회원 2007. 8. 1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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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미디어오늘에 쓴 글을 다시 올려본다.
장현실씨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은혜는 잘 크고 있을까?

인터넷 칼럼니스트 겸 화가 장현실
“슬픔도 힘이 된다”
다운증후군 ‘은혜’ 혼자키우는 어려움 녹여낸
인터넷한겨레 연재만화 <현실을 봐> 인기몰이



인터넷 칼럼니스트이자 화백인 장현실씨는 요즘 즐겁다. 인터넷한겨레 하니리포터에 연재 중인 만화 <현실을 봐>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만화면서도 순정만화가 아니고, 어른만화면서도 정치적인 풍자나 야한 이야기가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보고 있다는 메일을 보내온다.

“처음보면 못 그린 것 같지만 보면 볼수록 정겹습니다.” 장화백을 하니리포터로 유인(?)해 온 김미경 부장(인터넷한겨레 정보사업부장)의 평이다.

“혼자 살면서 장애아를 키우는 얘기를 솔직하게 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솔직함은 세대와 상관없이 성공 가능한 키워드인 것 같다는 김미경 부장의 말처럼 장화백의 그림은 너무 솔직하다. 다운증후군인 딸 은혜를 키우는 이야기, 일찍 혼자되신 외할머니, 어머니와 역시 일찍 혼자된 자신의 이야기를 타령으로 풀어내고 ‘과부’의 외로움도 숨기지 않는다.

장화백이 처음 만화를 그린 건 대학연합 민중그림패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한겨레 그림판을 그리는 장봉군 화백과 동기로 활동하면서 당시의 여느 대학생들처럼 세상에 대한 사고의 지평을 열었다. “그땐 라즈니쉬류의 ‘신비주의’가 좋았어요. 변혁운동에 대한 애정도 컸었구요. 어쩌면 학생 때 공부했던 ‘진보이론’이나 ‘신비주의’가 은혜를 쉽게 받아들이게 해 주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출산 이틀 뒤에 아이가 정상이 아니라고 했을 때부터 한동안 은혜와 같이 자살할 생각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은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태어날, 질긴 운명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추슬렀다. 지금은 은혜를 정상아와 같이 자연스럽게 키우고 있다. 초등학교도 일반학교를 골랐고 어렸을 때도 동네 일반 놀이방에 보냈다. 또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르는 게 은혜에겐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프로젝터로 반 아이들과 제 그림을 같이 본다고 하더군요. 제 만화에 반 아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장화백과 어디든 같이 다닌다는 은혜는 3주만에 아빠를 만나러 가서 인터뷰 자리에 나올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아빠’하며 큰소리로 안기지 못하고 그저 눈만 깜박이며 조용히 아빠 품에 안겼던 게 못내 안쓰러웠는지 장화백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장화백은 88년 홍익대 동양학과를 졸업한 뒤 편집디자이너, 지점토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하다 95년 다운 증후군 자녀 부모들의 모임인 사회복지법인 ‘다운회’에서 발간하는 회지 <다운>에 ‘은혜의 하루’를 연재하면서 육아만화를 시작했다.

“잘 모르는 일을 달려가서 찾아보는 것보다 내 문제부터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은혜를 키우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만화로 나누어 보고 싶었어요.” <현실을 봐>에서는 은혜 얘기뿐만 아니라 ‘과부’로 사는 어려움, 외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장화백으로 이어지는 ‘드센 과부’들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 놓고 있다.

“사이버 매체에 연재하니까 독자들의 반응이 있어 좋더군요. 좀 더 자주 올려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여력이 없어 고민이에요.” 장화백은 그림만 가지고는 ‘돈’이 안돼 지점토 일러스트레이트 작업도 같이 하고 있다. 한 달에 마감시켜야 할 작업이 17개.

그러다 보니 주위로부터 장애아를 자녀로 둔 엄마 주제에 아이 돌보는 일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듣는다. 그러나 자기 꿈을 잃은 엄마의 찌든 모습을 보며 자라는 아이가 인생의 기쁨이나 희망을 배울 수는 없을 것 같아 주위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슬픔도 힘이 된다고 했던가? 장현실 화백은 이제 현실을 핑계로 너무 아파하지 않는다. 바로 그 현실에서 다시 희망이 싹트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기 때문이다.


2000년 09월 21일 (목)            황의선/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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