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정형외과 학회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10. 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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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힐튼 호텔에서 정형외과 학회가 있었다.
어제 밤 인터넷 검색으로 힐튼호텔이 서울역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학회 장소는 컨벤션 센타인 것까지는 파악했으나..몇시에 시작하는 것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나에게는 아침 8시까지 가라는 오더가 주어졌을뿐..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마을버스를 타고 상도역까지 가서 7호선을 탔다..그때가 7시였다.오 제길..시간이 너무 이르다..가서 어색하게 기다리기는 싫은데..이수역에서 4호선을 갈아타는데..일부러 안탔다.-.-;; 스포츠 신문을 사서 다 읽고.. 열차를 3개정도 보내고 7시 20분쯤 4호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서 내려 미리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8번출구로 나갔다.오 shit 대우빌딩 앞이었다.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아침부터 정말 우울했다. 담배가게 에서 담배를 하나 사면서 아줌마한테 힐튼호텔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 아줌마 힐튼 호텔이 어디 있어요?"
" 저 짝으로 쭉 올라가세유"
" 아 저 쪽이요? "
"......."
"얼마...만큼.. 올라가는데요?"
"아따 쬠만 올라가면 나와유.."

-.-;;

시작부터 예감이 안좋다.
대우빌딩에서부터 sk 빌딩을 거쳐 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상한 산길 -.-a 을 헤매다가 겨우 힐튼호텔에 도착하였다. (오늘 집에 와서 다시 찾아보니 대우빌딩을 통해 가는길이 있었는데...하튼간에 이런 것도 안 알려주는 정형외과 사람들이 너무 싫다...)

물어물어 컨벤션센터에 도착했다.이럴수가..학회가 2개였다..하나는 정형외과 연구학회..또하나는 골절학회..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경비가 수상하게 쳐다본다..외국인들도 절라 많고..건물도 으리으리하다..괜히 기가 죽는다..-.-;;

나한테는 학회로 가라는 오더가 있었는데..도대체 무슨 학회란 말인가..약간 고민하다가..연구학회에 들어가기로 하였다..찍었다..나에게 운이 있기를 바라면서..

역시 강남성모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맨구석탱이에 자리가 하나 남아 거기에 앉았다. 총 60개의 연구가 준비되어있었는데, 서울대가 12개 연세대가 9개 우리학교가 4개..그리고 나머지 의대와 공대에서 1-2개정도..였다..물론 하나의 발표도 하지 않은 학교도 10개정도는 되었다..우리학교도 좀더 준비해서 발표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혈액종양이나 산부인과 같은 것들은 서울대보다도 더 많이 발표한다던데..쩝...괜히 우리 교수님들이 많이 안보이니..나까지도 기가 죽는다..우리들의 우상이며 고독한 태양이신 하xx교수님은 어디로 간걸까..혹시 옆방에 있는 골절학회에......?? -.-;;

10시가 지나도록..강남성모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혹시몰라 여의도 성모 정형외과 친구에게 전화를 해봤는데..거기선 몇명이 출발했다고 한다. 근데 안보인다..혹시 옆방 골절학회에..???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여의도 에서는 학생을 학회에 보내지도 않고..학회라고 할일도 없다고 일찍 끝내줘서..아침회진을 끝으로 오늘 하루 종일 free라고 자랑했다..아 나의 비참함이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주위엔 책에서 이름을 흔히 보던 노교수님들이 앉아있고..이 땅의 정형외과학을 짊어지고 나아가는 젊은 교수들이 쫙 앉아서 자기들끼리 학구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고..내 앞에는 서울대에서온 여자 레지던트들이 수다를 떨고 있고..내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고..나는 그냥 멍하니 졸고있고....-.-;;

나는 오늘 유일한 학생이었다..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학생처럼 보이는 넘들은 없었다..아참 안내하는 여자가 나보고 참가비 만원 내라길래..없다고 했더니..누구냐고 묻는거다..그래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가톨릭 의대 학생인데..선생님들이 보내서 왔다고 그러니까..아무말 없이 가더군..

지금 생각하기에.. 거긴..서울대,연대,우리학교 말고는 다른 학교는 없었던 것 같다..서울대가 약 50% 연대가 30%그리고 우리학교가 10%...근데 우리학교는 전부다 높은 사람들이라서 내가 감히 다가갈수도 없는 교수님들이었다..학회 간부이거나..발표하는 교수님들뿐...그래서 더더욱 외롭고 쓸쓸했다...

점심은 절라 맛대가리 없는 도시락이 나왔다.밥도 고개숙이고 혼자 먹었다..흑..요즘 내 삶이 왜 이렇게 됬는지..도무지 모르겠다..나도 꽤 잘나갔었는데..도대체 어디서부터 빗나갔는지..혹시나 우리학교 교수님들이 말 걸까봐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가슴에 커다랗게 학교이름이 써 있었기에..

강남성모에서는 결국 오지 않을 모양이다..아니면 옆방에 있는 골절학회에...? 계속 앉아있기도 뻘쭘하고 그래서..호탤 밖으로 나가 담대를 4개나 폈다.. 그리고 우리학교 친구랑 통화를 했는데..너무 고마웠다..누군가와 대화를 너무 하고 싶었다.흑흑

오후 3시가 되어도 우리 선생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눈도장만 찍고 도망갈 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이런 상황이 가장 안 좋은 상황이다.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아주 안좋은 상황이다. 이제 결심을 해야 한다.나는 튀기로 하였다.그래서 여기 왔다는 증거자료를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 가방에 넣고...강연 도중에 슬쩍 빠져나왔다..

너무 괴로운 하루였다..
내일 정말정말정말 가기 싫다.

차라리 나보고 24시간 수술방 들어가라고 해라..

이런 짓은 죽어도 못해 먹겠다..이넘들아.!!!!흑흑

그래서 나는 결심을 한다.내일 아침에 병원으로 일찍 출근해서..환자 차트를 읽는 척을 하다가 졍형외과 선생님이 지나가면..들러 붙기로 결심했다.최대한 슬프고 불쌍하고 비굴한 표정으로 어제 하루종일 외롭고 뻘쭘하고 쓸쓸해서 죽을뻔했다고..오늘 학회 가시는 선생님 계시면 같이가고 싶어 왔다고..애원이나 한번해봐야겠다..최소한 3명중 1명만 걸리면 된다.학생담당 교수님..의국장 4년차 선생님..그리고 내 동문선배형 친구인 2년차 선생님..

아 언제부턴가 사는게 너무 힘들다.
여의도 정형외과는 천국이라던데..강남은 그렇지가 않다...ㅠㅠ
이 꼬여 버린 실타래를 빨리 풀고 싶다.
다음주 성형외과 실습인데..벌써 숙제가 날라왔다..뭔가 절라 많이 외워오란다..이런 미친..

자기 싫다
내일이 두렵다.
세상은 더이상 아름답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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