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옛날 일기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10. 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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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칼럼을 매일 쓴다.갑자기 아주 성실한 칼럼니스트가 됬다눈...^^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가?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가?
가을이라서 그런가?
예전 일기들을 보니 나도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1997년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했다. 그 겨울은 정말 힘든 나날들이었다. 중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입학전 일반수학 실력 정석과 성문 종합영어를 한번씩 보고 입학하였다.당시엔 대학별 본고사가 있었으므로, 고1내내 본고사에 집중투자하였고.시중에나와있는 본고사 문제집들을 많이도 풀었다. 고1 겨울..당시 서울대 본고사 수학문제들을 풀었는데 거의 다 풀었던 기억이 있다. 고1 1년내내 수2까지 정석으로 끝내고 해법수학을 풀기 시작하였고,종합영어 1번 더 봤다.그러나 본고사 폐지후 수능에 적응하지 못했고.고3 내내 해매다가 97수능에 실패하였다. 재수를 시작하면서 철저하게 밑바닥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고 결심했다. 나는 바보다.돌대가리다.나는 남들보다 2배는 더 봐야 알수 있다.암기과목들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재수 시절은 완벽한 성공이었다.이제껏 살면서 그 1년만큼 완벽하게 살았던 적은 없다.종로학원에서 전체1등하기도 하였다.

옛날 수첩을 보니..당시의 시간표와 담임이름이 씌여 있다. 학원 예비 소집일날.. 반배치 받던 추운 어느 겨울날.. 수첩에 적어놓았던 글이다.나중에 성공해서 다시 보리라고...

" 완전무결이라는 말처럼 물샐틈 없는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진 미륵보살처럼 약간의 허점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 운이 좋고 나쁨도 결국은 허점의 존재가 어떻게 나타나느냐 하는 것이다. 96년 입시의 실패를 전적으로 운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97년 입시에서는 한치의 빈틈도 없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자신감은 자기 능력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결국 운명이란 인간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나에겐 목표가 있다."

이말이 그날 썼던 일기의 내용다.

벌써 5년전 일이다.
1997년 겨울의 일이니까...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수능당일날 운이 정말 좋지 않았다.하지만 열심히 준비한 탓에 이 학교라도 들어왔으니까..

대학 입학하고..많은 일들이 있었다.
난 입학때부터 공부하지 않기로 작정을 하였다.

나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나는 공부를 못하는 의대생이다.
하위 몇 % 일것이다.
후회는 남지 않는다.
지금 공부를 할거니..아니면 인생에 있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거니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후자를 택할것이다.두개다 하면 좋을 것이지만 그건 힘들기에..

의대 들어와서 동아리도 2개나 가입하고 동문회 일도 열심히 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그랬다. 물론 이전 칼럼에도 썼다시피 나는 아직도 만족하고 있지는 않지만..내가 의대에 들어와서 공부만 했다면 더더욱 후회하고 있을것다.

" 맘 속 붉은 장미를 우지직끈 꺽어 보내놓고
그 날부터 내 안에선 번뇌가 자라다.

늬 수정 같은 맘에

한 점 티되어 무겁게 자리하면 어찌하랴

차라리 얼음같이 얼어버리련다.
하늘 보며 우뚝 서 버리련다.
아니
낙엽처럼 설게 날아가 버리련다."

- 노천명 , 장미

이 시는 아침 5시에 일어나 지하철타고 학원갈때나 쉬는시간에나 집에 올때나 항상 생각하던 시였다. 왜냐하면 그냥 멋있고 분위기 있어시리..^^ 여자한테 차이거나 한것은 아니고..^^

승승장구를 하던 그해 여름
6월에 이런 제목의 일기가 있다.

" 눈앞에 관악이 보인다.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 아마 당시 전국 8등을 했던 모의고사를 본 날이었을것이다.이날은 기분 째졌지..

그러나 그해 역시..수능날 망치고 나서 너무 큰 실망에 몇날 며칠 책상에 앉아 마음을 다잡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깨끗이 잊었다.

그날의 일기는 살아가는데 두고두고 힘이 될것 같다.
그래 나도 이렇게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아무리 정형외과에서 개무시당한다고 해도 말이쥐..^^

아 낼은 또 누구랑 간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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