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처음 그 느낌 처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10. 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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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하루하루 그저 되는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등교)을 하고 하루 일과에 맞추어 바쁘게 보내다가 저녁엔 집에온다. 누군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또..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 주는 순간은 얼마나 될 것이며..누군가 나에게 의미 있는 순간을 느끼게 해주는 경우는 또 얼마나 될 것인가?

특별한 이벤트라고 해봐야 저녁에 친구들하고의 술 약속이라든가..아니면..영화나 보는 정도..것두 요즘에 들어서는 거의 뜸해지고...하루 종일 혼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과 친구들하고는 접촉할 기회가 없다.서로 다른과에 있다보니까...게다가 요즘 내 턴이 좀 힘든 과들이라서 점심도 못 먹는 경우가 허다하고...아침에 일찍 오고 밤에 늦게 가니...친구들과 만날 일이 정말 없다.

요즘들어..우울.. 정도는 아니고..약간 센티멘탈해지는 것같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아니 이제 겨울이라고 해야 하나..?

오늘 과천에 누구 데려다 줄 일이 있어 나갔는데..(편집자주: 여기서 누구는 홈피 주인장이다 ㅜ.ㅜ) 길가에..단풍이 이쁘게 들었다.차가운 바람이 참으로 청량했고.. 햇살이 참 맑았다..한 점 티도 없이..그렇게...깨끗한 햇살..

거리의 풍경을 보고 있으려니..유리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너무 맑아서 깨져 버릴 것 같다는..느낌.
관악산을 뒤로 하고 보이는 과천 성당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사진을 찍지 못한게 넘 아쉬웠다.

겨울로 접어드는 늦 가을의 풍경들을 물끄러미..보고 있자니.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릴적에 수술을 좀 많이 받고 입원도 많이 했었다. 생몀에 지장이 있는 그런 건 아니구...단지 오른쪽 귀가 약간 작아..안경을 쓰니 안경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더군..그래서 성형수술 하느라고..^^

수술 전날에 무서워서 뜬눈으로 지새던 기억이 난다.
조용한 병실.비상등만 깜빡 거리고, 어두컴컴하고,왠지 모르게 슬픈 듯한 밤의 병실 풍경..어린 마음에도 그런것이 너무 싫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전엔 너무 두려웠다..침대에 누운채로 수술실로 끌려(?)들어가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수술실로 옮겨진다. 녹색 수술가운을 입은 의사나 간호사들은 악마와 같이 생각되었다..저리가..가란 말이야..마음속으론 기도를 했다..부처님,하느님,앞으로 착한 어린이가 될테니..안아프게 해주세요...

의대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 때의 기억들은 평생 가슴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차가운 병원..따뜻하게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다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은지 인상만 쓰고..지나가고 있는 그련 병원 모습들...

과천에서 차를 몰다가 문득..창밖을 보니..어느 아주머니가 휠체어에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딸아이를 테우고 지나가고 있었다...저런저런 어디가 아플까..얼핏봐도 중병인 듯 싶다..

아픈사람들은 아프다는 이유뿐만 아니라..병원에서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들 때문에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이 되어 있다.특히 사춘기 때 병원을 자주 다녀야 하는 아이들..즉..천식환자 같은경우엔.. 자신이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는 생각에 상당히 불안해 하고..이 것이 반항과 치료 거부로써 나타난다..

사람들이 병원에 가기를 꺼려하는 이유가 있다.
나도 그렇다.
거기에선 환자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의료진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매일 수많은 환자들을 수술하고 치료해야 한다.(아니..처리라고 해야 맞는 표현인가?)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능력에 부친 일을 매일매일 완벽히 수행해 나가는 와중에 따뜻한 말 한마디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의사의 환자에 대한 심리적 지지가 어려운 이유중의 하나가 과중한 업무이다.

그렇다면 이건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계속 들어가면 대한민국 의료 체계에 대해 끝도 없는 글이 써질것 같아 이만 줄이도록 하겠다.

하지만..의사들이나 환자들이나 모두에게 있어서 피곤한 병원..분명 문제가 있다.

매녀리즘에 빠져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아가는 이때..처음 가졌던 그 느낌대로 살아가려는 결심을 다시한번 해본다.

수술실에 환자 데리고 들어올때 농담 한마디라도 건네고..씩 웃어주고..그래야 겠다.
내가 학생인줄 알게 뭐야..^O^

회진 돌때도 환자한테 웃어줘야 겠다.
눈인사라도 건네봐야 겠다.

사는게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좋게 좋게 생각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것을...

왠지 정신 없이 바쁜 와중에.. 가끔씩 느끼는 이 미묘한 낭만적 느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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