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의미함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 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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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50분에 여지 없이 자명종이 울린다.
일어나기 싫다. 이번주 부터 한달간 외과 실습이다.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어제도 역시 과제를 하느라
새벽 1시나 되야 잠이 들었다.
이불을 덮어써 보지만, 어짜피 일어나게 될것을 안다.

날씨가 우중충하다. 어제 밤에 비가 왔었나..
기계적으로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옷을 입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일상이다.
몸이 피곤하여 얼마전부터 다시 차를 끌기 시작했다.
항상 생각했었다..봄이 오면..자전거를 타고, 한강 둔치를 달리면서 여의도로 출근하리라..
왠걸..잘 수 있는 시간을 10분이라도 늘리기 위하여
다시 편한 길을 택하였다.

주차장에 들어섰다..병원 정문앞에 난 길은 정말로 이쁘다.
만발한 벗꽃과 개나리, 예쁜 벤치들..아침의 상쾌한 공기..
특히 오늘은 유달리 바람이 심해 벗꽃이 무수히 날리는 진풍경도 함께하였다.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걸어가는 기분이 좋았다.
언젠가..언젠가..이제 다시 올 어느 봄엔..
이 길을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걸을수 있으리라.
그땐 진정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걸을 수 있겠지..

7시. 10층 외과 회의실에서 북 리딩을 시작한다.
7시 30분 병동에서 레지던트를 만난다.
8시 필름 컨퍼런스에 참석한다.
8시 30분 오전회진을 돌기 시작한다.
10시 오늘은 오전 수술이 없어 학생 학습실에서
내일 있을 발표 준비를 한다.
후달린다. 오늘 4시까지 담당 레지던트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리뷰 저널을 마저 읽고, 빠진 자료들을 챙기기 위하여 10층 병동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12시 병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12시 30분.. 10층 으로 올라가 다시 환자를 보다.
1시.. 발표준비 다시 시작하다.
2시.. 수술방에서 전화가 걸려오다.
2시 10분.. 수술방 갱의실에서 창문너머로 잠시 벗꽃 구경을 하다.
5시..수술이 아직도 안 끝났다..위암 말기 할아버지다. 출혈경향도 있고, 전신상태가 너무 안 좋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수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겸자를 들고 있는 내 손 끝으로 심장의 박동이 느껴진다..심장의 박동..그건 살고자 하는 의지이다..옆방에선 힘찬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산부인과 제왕 절개를 했나 보다..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또 다른 생명의 죽음....
6시 10분 외과 스탶 렉쳐에 참가하다.
7시 30분 병원 문을 나서다.


벗꽃이 이제 많이 시들해진것 같다.
후.,하루 사이에도 이럴수 있는 일인가..

이제 내일 있을 발표 준비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다.

제길...이런 넋두리나 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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