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수술..수술..수술의 끝없는 행렬..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3. 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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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느 시간에 무슨 수술을 들어갔는지 알 수조차 없다..단지 시작 땡..달리자..달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8시에 수술방으로 달려들어가면
그걸로 끝이다...저녁 8시-9시나 되어야 나올 수가 있다..외과 실습은 오로지 수술 참가이다..
강의..없다..환자파악..없다..오로지 순수 노동력이
필요한 수술 뿐이다.

강남성모병원 외과는 역시 메인 센터답게..다른 부속 병원들과는 퀄러티가 다르긴 다르다..전국적으로도 보기 힘든 수술들이 많아서 그런지..대박 수술이 조올라 많다...나한테는 불행한 일이다.
오늘은 간 이식에 들어갔다가 13시간만에 나왔다..
온몸이 쑤시고 결리고...피곤하고..
사는게 재미가 없다..

오늘 레지던트가 나한테 한말이다.
" 야 오늘 하루 니 일당은 5만원쯤 되겠구나..^^ "

담배? 화장실에서 숨어서 핀다.
외과 교수님들 짜증난다.
자기들은 담배 피면서 아랫 사람들이 담배피는건 못봐준다..그들은 모든 사람을 적으로 간주한다.
수술이 좀만 진행이 더디어져도 바로 나나 레지던트 탓으로 돌려버린다.

서글프다..
아무 이유 없이...정말 가지 각색의 욕을 얻어먹으면서도...흔들림없이 리트렉터를 당기고 있어야 한다.
내 감정은 중요치가 않다.
오로지 중요한건 집도의의 의지 뿐이다.
눈물이 찔끔 나올려고 해도..
너무 억울해도...
자기가 혈관 구멍 뚫었으면서 애꿎은 내손을 가위로 내리치기가 다반사이다..
그렇다고 팽개치고 나올수조차 없다.
후환이 두렵기도 할 뿐더러...여기 외과 수술은
말 그대로 한 순간에 환자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수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억울해도, 서러워도..
교수님 실수는 내 실수...레지던트 실수도 내 실수...내 실수도 내 실수..이러면서 버티고 있어야 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을 외우면서 봐도 못 본척..들어도 못 들은척...

"앗..교수님..저기 구멍 났어요..."
라는 말을 못해...
왜냐 하면...자기가 실수 했음에도..내가 그 말을 했다는 이유로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려버리니까.
그들은 아직 유아기의 미숙한 자아 를 벗어나지 못한 듯싶다.
어이가 없다.



공부? 한자도 못한다....매일매일 수술을 하다 보면..지쳐 나가 떨어지기 일쑤다...이러다가 공부는 언제하고..과연 국가고시는 붙을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믿을수 없을 만큼 무식한 본과 4학년..그럼에도 난 여전히 수술방에서 제3조수, 혹은 제2조수로써 일을 하고 있다..뭔가 많이 배우고 싶지만..가르쳐주지 않는다...그냥 인턴이 할일, 레지던트가 할일 모두 학생이 떠맡아...일..일..일..일...

13시간만에 처음으로 뭐를 먹었다
무엇이냐 하면 컵라면이다.
수술끝나고 휴게실로 나와보니 내 몫으로 컵라면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밥은 다 떨어졌다. 다행히도 수술 먼저 끝나고 나온 동기가 자기 먹던 밥을 나한테 주었다...
식은밥과 컵라면...이것들이 그렇게 맛있다니..
꾸역꾸역..먹다 보니..문득..내 모습이 참 처량하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쳐먹고 있는 내 자신이 싫음과 동시에 서러운 감정에 잠시 눈물이 나올뻔했다.

맨날 겪는 일이지만..오늘은 유달리 슬프다.
소리내어 울어보고도 싶지만..

요즘들어 문득문득 의사 사회에 무언가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만 같아, 참으로 우울한 느낌이다...의대에 들어오기 전의 느낌..그리고 병원 실습을 돌기 전의 느낌과는 많이 다른 이 세상..뭔가 폐쇄적이고..고립되고..정체되고..어두운..이 사회에 언젠가 나의 자리를 가꾸고 이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함을 금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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