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응급실에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4. 7. 15:13
반응형
응급실 첫날 응급의학 레즈던트 셈이 우릴 반갑게 맞아 주셨다. 어서 오너라. (일꾼들아).
차분히 우리가 응급실에서 해야할 프로시져들을 설명해 주시곤 마지막으로
주사기를 한 웅큼 우리에게 쥐어 주셨다.

자. 이걸로 서로 짝을 지어(우린 6명이 한 조다) 서로에게 "직접" ABG, VBG를 해봐라.
얼마나 아픈지 실제 너희들도 겪어 봐야하거든.

우린 주사기를 든체 망연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때 용감한 한 팀이 시도했다.
"먼저 해." 아니 "네가 먼저해" 서로 미루다 누군가 시작했다.
"아. 아..아퍼.. 살살해"  "야 아프다니까." .." 빼" 우씨.. "내가 해볼게"

응급실 간이 회의실은 곧 우리들의 신음소리로 가득 찼다. 모두들 퉁퉁 부은 팔을 부여잡고
있을 때... 스테이션 간호사가 외친다. 여기 ABG, VBG 해 주세요.
이렇게 우리의 응급실은 시작되었다.

여기에 간단한 팁이 있다. ABG, VBG를 어렵지 않게 하는 방법인데, 환자분에게 왜 하는 지를 설명하면 훨씬 협조적이 된다.  물론 문제는 그걸 설명할 만큼 알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

그래도 응급실은 멍청히 수술방 침대가 되야할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언제나 할 일이 넘치니까. 하다못해 관장이나 폴리 같은 일들이 계속 밀려 있으니까.

응급실은 꽤 바쁘다. 계속해서 환자들이 밀려들고, 게다가 저녁 12시가 넘어가면 술취한 분들도 꽤 많이 온다. 그럼 으레 목소리가 커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손바닥 찢어진 자기의 상처가 교통사고로 온몸이 부서져온 환자보다 더 아프다는데...

한쪽에서는 MI(심근경색)로 누워있고, 다른 쪽에는 교통사고로 경막하 혈종이 의심되는 환자가 누워있고, 그 옆에는 긴장성 기흉이 의심되는 환자가 누워있어도 자기를 먼저 봐주지 않는다고 소리를 지른다. 왜.. 환자를 보지 않느냐고. 하지만 일일이 설명해줄 인력도 의사도 없다. 일단은 죽어 가는 환자가 먼저니까.

우린 그런 틈속에서 묵묵히 ABG를 하고 간단한 병력기록지를 작성하고 레지던트 셈을 따라 프로시져를 참관한다.

노동자들의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39시간이라던데, 우리 셈들은 주당 몇 시간이나 일을 할까? 온 오프도 없고, 아무 때나 불려나오고 불려나오면 교수님한테 치이고 환자들에게 치이고.. 불쌍하다. 하지만 곧 내 모습이다. 나는 불타는 사명감을 가질 수 있을까 m. m

......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어쩌면 고마운 일일지도 모른다.
나만을 위하는 삶보다는 그게 더 아름답게 느껴지니까././/
반응형

'medical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아과  (1) 2006.04.07
응급실 그 두번째..  (2) 2006.04.07
아! 정신과 !  (3) 2006.04.03
A Ward named the "angel"  (1) 2006.03.31
수술..수술..수술의 끝없는 행렬..  (1) 200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