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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고시에 대한 단상. 본문

medical story

국가고시에 대한 단상.

비회원 2006. 4. 1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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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 접어들면서 부터 내 생활은 점점 더 무미건조 해져만 갔다. 4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시험기간이라고 해봐야 길어야 한달만 쌈빡하게 조뺑이 쳐 주면 그 이후에 주어지는 방학이라는 무한 자유가 있었기에 수 많은 밤을 지새울 수 있었다. 그러나 4학년이 되고 부터는 사정이 달라지기에 이르렀다. 의사 국가 고시라는 시험은 나에게 "시험 기간" 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꿀 것을 요구 하였다.

이 차이점에 대해서 잠시 말해보자면

예전엔 공부하다가 바람 쐬러 잠시 나와 담배를 한대 물고 지긋이 먼산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 씨바 그래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 구나 ! ”
알코올과 해변과 낮잠과 쭉쭉빵빵한 애들이 이 저기서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요즘엔 공부하다가 바람 쐬러 잠시 나와 담배를 한대 물고 지긋이 먼 산을 쳐다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 과연 나도 의사가 될 수 있을까 ? 왜 이렇게 안 외워지지 ? 내일 부터는 내과를 다시 한번 봐야 겠다...ㅠㅠ ”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공부를 좀 해두었으면 하는 후회도 해보지만 이미 때는 늦으리 ~

...

또 다른 차이가 있다.

예전엔 기출 문제를 풀면서 답이 틀린 것도 그대로 외웠다. 답을 찾아서 고칠 시간도 없었고, ( 원래 우리 시험이란 것이 워낙에 초치기 승부인지라...-.-;; ) 그런 능력도 안 되었고 무엇보다도 망해도 같이 망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요즘엔 기출 문제를 풀면서 답을 고쳐가며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 두렵기 ” 때문이다. 망해도 같이 망하기는 하지만 이건 아주 그냥 완전히 망하기 때문이다. 답을 그냥 외우는 내 친구들과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다. ( 요즘 이놈들도 답을 고쳐가며 보고 있다. 역시 위기 의식이란 일반적으로 비슷한 강도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

만약에 떨어진다면 그건 가문의 망신이다. 생각해보자. 합격률이 80%인 시험을 떨어진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떨어지는 20%중 거기에 나는 확실히 포함된다는 아주 좋지 않은 확신이 든다. 그렇다 그건 아주 불길한 확신이다. 대개 기분좋은 예상은 빗나가게 마련이고, 불길한 예상은 들어맞게 마련이다.

그래서 요 20%를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좌우지간, 이렇게 크나큰 마음의 짐을 가지고 살아가던 나 역시 인간 인지라, 참을 수 없는 생물학적 본능을 충족 시켜야만 하였다.

그건 짝짓기 이다. 좀더 고상한 말로 표현을 하자면 “ 연애” 이다.

그리고 더욱더 전문적인 의학 용어를 빌리자면 " In biological aspect, Preventive behavior for secondary
hypogonadism, and in psychological aspect, therapy for wound of spirit, "  라고 정의 내릴 수 있겠다.
( 아! 적나라한 표현이다!   )

참고로 예전에 생화학 교수가 내린 사랑의 definition은 다음과 같다.

" 사랑..그것은 비논리적이며 비합리적이고 정교하지 못한 process 이다. 그러나 과학자 마저 사랑에 빠진다! "

어느 시험 기간이던가...열심히 필기를 베끼던 와중에..
생화학 책에대가 " 교수님이 내린 사랑의 definition" 이라고 필기한걸..봤다...-.-;;
아 덴당...그 여자애의 옵세시브 함에 경악을 금치 못함과 동시에 한줄기 필이 가슴에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두 필기해 두었다.
나중에 여자 꼬실때 써먹을라고......-.-;;

동물의 세계와 비슷한 이 짝짓기의 법칙은 이곳 서초동의 본4 군락에도 여지없이 영향을 미친다.

승리자들은 기쁨의 향연을 위하여 길을 떠나고 남은자들은 서로의 심심함과 무료함을 달래면서 목이나 축이러 간다.

요즘같이 널럴한 과를 돌땐 하루종일 공부를 하다보면 저녁 8시쯤 되면 지겨움에 치를 떨게 된다.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지겨워서 책을 보기가 싫다는 게 또다른 문제이다.
그래서 무협지와 만화책이 출몰하게 되고, 로비에서 담배를 피던 한때의 수컷들은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을 강구하게 된다. 아 덴당 물마시면 되지 왜 알코올을 찾느냐 말이다. 언젠가 알코올이 수컷의 metabolism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싶다.

( 아 나는 도대체 암컷들의 physiolosy를 알고 싶다. 신은 어찌하여 그들에게만 12시간이 넘도록 공부를 할수 있는 능력을 주셨단 말인가 ! )

좌우지간에

국가고시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었으나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국가고시! 이것은 지금 내 삶에 있어서 가장 곤란한 문제이다.  그러나 " 공부가 인생의 전부냐" 라든지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자나요! " 라고 말하는 애들은 대부분 공부를 못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 몰라도...성적이 행복에 끼치는 영향을 전향성 코호트 연구로써 분석해볼때 귀속 위험도는 대략 70%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 의대에 들어온 이유중에 90%는 성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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