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임상 수행 능력 평가 시험, OSCE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5. 1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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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수행 능력 평가 시험, OSCE

어제는 임상 실습을 마치는 기념(?)으로 하루종일 시험을 거하게 봤다.
10시 30분경, 소림사 에서 무술을 배워 하산하는 스님들이 소림 18관문인가 뭔가를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너희들도 숙희씨 ( OSCE, 오스키, 오숙희..-.-;; ) 의 14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썰렁한 농담을 듣는 것으로 기나긴 시험이 시작되었다.

OSCE란 임상 수행 능력 평가라는 시험이다.
의사로서 기본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술기들, 예를 들어, 심폐소생술이나 피부 봉합, 척수 천자 등과 같은 술기들과 꼭 알아야 할 질환들에 대하여 직접 환자 병력청취를 해야 하는 시험이다.

병원의 각 방마다 모의 환자들이 앉아 있고, 우리들은 각각의 방을 뛰어다니며, 환자들을 만나고, 그들이 무슨 질병인지 알아 맞추고, 또 그들에게 적절한 진료 행위를 해 주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데, 7분이다. 7분이 지나면 종이 울리고 우리들은 그 방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다른 방으로 뛰어 가면 되는 것이다.
아 이놈의 지긋지긋한 땡시는 이제 진정 마지막 이겠지...-.-;;

학생들은 2개의 조로나뉘어서, 1개조가 병원에서 OSCE 시험을 보는 동안에, 다른 조는 강의실에 앉아 퀴즈를 봤다.
주로 필름 소견을 보고 진단명을 알아맞추는 문제들과 청진 소견을 알아 맞추는 문제들이었다.
대부분 기초적인 질환들이라 나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다.
나의 무식함에 치를 떨었다...
난 정말 의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필름을 보면 다 그놈이 그놈 같고, 청진 소리를 들으면 또 다 고놈이 고놈 같다..어떻게 저걸 구분해야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누군가의 말대로 나는 진정 후천적 무뇌증 이라는 말인가? ( 무뇌충이 아니다..무뇌증..anencephaly 이다.)


어쨌든 깊은 슬픔과 좌절감 속에서 퀴즈를 마치고,
우리들은 4열 종대로 병원으로 걸어갔다..아니 뛰어갔다..우르르르르...-.-;;
4개의 조가 각각의 층에 배치되었고...
각각의 조마다 한명씩 방앞에 서게 되었다..
난 뭐가 젤 처음에 걸렸느냐 하면..
바로 휴게실에 걸렸다. -.-;;
즉 여기는 방마다 뛰어다니다가 잠시 쉬어가는 코너인 것인데, 그래서 긴장이 다 풀려 버렸다. 과자하고 음료수를 실컷 먹고 다음 방으로 들어갔는데, 피부 봉합하는 방이었다.

제길.. 과자 먹느라고, 손이 미끈미끈 거렸다.
그래도 여차여차 버티칼 메트리스라는 봉합법으로 두 땀을 가볍게 해주었더니만, 감독하는 레지던트가 한마디 했다.

" 허참..넌 어찌 된 놈이..니들 홀더를 안 쓰고..캘리로도 그렇게 봉합을 잘하냐...이거 점수를 깍아야 되나..더 줘야 되나..."

그랬던 것이다.

보통 각 방마다 함정이란게 있는데, 환자가 느닷없이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 가정의학 방 같은 경우엔 책상위에 종이가 놓여있는데, 거기다가 차팅을 하면 점수가 깍이기도 한다..
즉 환자와 아이 컨텍 이 상당히 중요한 바, 차팅을 하려 고개를 숙일때마다 점수가 깍이는 것이다...

내가 들어갔던 피부 봉합 방에 있는 함정은 바로 바늘을 잡는 기계인 니들 홀더 라는 기계와 수술중에 혈관을 잡는 켈리라는 기계..그이외에 뭔가를 잡을 수 있게 만들어진 잡다한 기계들을 늘어놓는 것이다.
보통 긴장한 학생은 대충 아무거로나 바늘을 잡고 시작하게 마련인데, 캘리 같은 걸로 돼지 족발을 꼬매기란 불가능 하다...캘리로는 바늘을 단단히 잡을 수가 없어서, 질긴 돼지가죽을 뚫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캘리로 가뿐하게 봉합을 마치고, 다음 방으로 뛰어갔다..다음방, 다음방......방마다 모의 환자들이 정말 리얼하게 연기를 했다...

의외의 사실을 발견 했는데,
나 처럼 몸으로 때우는 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관심이 있어서 유심히 배워 두었던, 척수 천자나 심폐 소생술, 신경학적 검진, 또 다른 이학적 검진들이 아주 쓸모가 있었다....ㅋㅋ
이건 암흑속에 갇혀 있는 나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사실이다...희망이다..-.-;;

어찌 되었건, 무사히 오스키 시험을 끝내고 나니, 저녁 8시, 그리고 친구들하고 한잔 했다.
딱 한잔만 한다는 것이 3차까지 새벽 1시까지 마셨다.

공부를 잘하는 데는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공부를 못하는 데는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제 다음주 부터는 졸업고사 이다.

참, 무지하게 재미가 없다..하루종일 또 공부만 해야 한다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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