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단상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4. 10. 07:52
반응형
1. 실습 시작한지도 벌써 4주째가 되고있다. 하지만 첫 주를 학외, 두번째 세번째 주를 응급실에서 보낸터라 이번 주야말로 제대로 된 실습 첫 주라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컨퍼런스라던지 회진이라든지 하는 것과 거의 관계없는 실습이었고 교수님들과 얼굴 마주치는 일도 별로 없었기에 실습 중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은 처음으로 제대로 긴장하고 임하는 실습이다.

2. 아무래도 폴리클 실습 최대의 적은 어떻게 대비가 안되는 교수님들의 질문 공세와, 그에 따르는 갖가지 괴로움들이 아닐까.. 작년에 수업할 때만해도 수업 시간에 입버릇처럼 교수님들이 "폴리클들은 이런 것도 물어보면 모른다니까.."라고 하셨을때 '왜들 그럴까..공부 좀 하지..이런  대왕을  대답못하다니!' 라고 생갔했었는데.. 너무 많은 것을 외웠던 탓일까? 가끔 정말 내가 바보아닌가..라는 의심이 들어 괴롭기도 하다. '그런거 들어본적이 없는데??' 싶어 강의안을 찾아보면 형광펜으로 예쁜 별을 다섯개쯤 그려놓은 걸 볼 때는 말이다. 이번 주 외과실습 시작하면서 교수님과 함께하는 회진이 시작됐다. 자...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잘 넘겨야하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가위가 날 향해 날아오거나 청진기로 맞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ㅡㅡ;

3. 그나마 지금은 외과실습니다. 머리보다는 몸이 좀 더 고생하는 과란 말이지. 그리고 외과는 특히 수술 스케쥴이나 병동을 지키는 순번에 따라 매일매일의 시간이 많이 달라진다. 어제처럼 7시반부터 회진끝나는 저녁 7시반까지 병원에 있는 날이 있는가하면 오늘은 아침 컨퍼런스 끝나고 아직까지 도서관에서 빈둥거리고 있다. 이런 시간을 짜임새있게 보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실 환자발표준비나 PBL준비나...해야할 일들은 많은데,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이 언제까지 일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일단 쉬고보자는 생각이 우선하게된다. ㅜㅜ 놀고 쉬고 놀고 쉬고...이러면 정말 안된다!!!

4. 엊그제 월요일, 전대 병원 수술실을 처음 들어가봤다. 작년에 가본 삼성병원 수술실에 비하면 상당히 초라했다. 그렇다고 외양의 차이에 큰 무게를 두고 성급히 실망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니까.  지금까지 강의실에서 교수님들이 우리에게 해준 말이 모든 판단의 근거인 햇병아리 폴리클에겐 뭔가 판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단지 교수님들의 말에 의해 무조건 모교를 두둔한다거나 싶지도 않고 지방 의대는 한계가 있어..라는 자격지심도 갖고 싶지 않다. 차차 알게될 것이다. 그리고 정확하게 실상을 판단하기를 기대해본다.


5. 실습 후 내 시간을 내 맘대로 낼 수 없는 것이 큰 아쉬움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상당히 규칙적인 생활에 길들여져 있었던 듯하다. 한치 오차없이 계획을 실행하는 성격이 아닌데도... 예상할 수 있는 내일이 주는 안정감이란게 있기 때문일까?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스쿼시는 응급실 실습 이후로 3주때 못가고 있다. 오늘 저녁 과외가 취소된다면 3주만에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돈아까워...ㅜㅜ 스쿼시가 안되면 집근처를 조깅하든지 뭔가 움직여야하는데 몇 주째 몸을 안움직였더니 욕구불만상태다. 12시 1시에 들어가고 6시 반에 집에서 나오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잖아..확실히 난 몸으로 뭔가 움직이고 땀을 흘릴는 것이 즐겁다. 그렇다고 수술에 들어가는 것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냐하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한 자세로 고정되어 서있느라 더욱 짜증스러워지고 만다. 무산소 근육운동이라고 할수는 있을까? 어제 하루종일 수술방에 있었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옆구리가 결린다.

6. 아...황금같은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남질 않았다. 3시부턴 병동에 가서 환자발표준비를 해야한다. 그리고 회진. 몸이 피곤하다. 몇 주째 혹사 당하고 있는 다리는 두어 시간의 휴식으로는 회복되지도 않는다. 교수님이나 레지던트샘님의 갈굼에 서러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병원에서의 시간은 내가 의사가 되기 위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내가 즐겁게 견딜 수 있는 이유이다...
------------------
Bum's reply
:공부안하던 피케이가 접니다. ^^

어떤 질문을 받았을때..어디에 있는지 기억만 나도 흐뭇하더군요..
대부분.. 씨..안배운거잖아.....부터 시작을 해서...
어떤 과목에서 배운걸까..라는 의문점을 거쳐
종국에는.. 나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나는 누구일까....

이 생각이 들때면 참으로 아찔하더군요....^^

그래도 국가고시는 붙어야 겠기에...아주 죽겠네요..그냥...^^
반응형

'medical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가고시에 대한 단상.  (3) 2006.04.10
After 7 weeks.....  (1) 2006.04.10
소아과  (1) 2006.04.07
응급실 그 두번째..  (2) 2006.04.07
응급실에서....  (2) 200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