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사람 해부 첫날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9. 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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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조는 다른 조보다 1명 많은 5명이다.
아무래도 1명이라도 많은 게 좋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 조의 카데바는 fat이 무지하게 없는 남자 아저씨
TA(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분도 아니어서 외관상 깨끗하셨다.

이 모든게 평소 나의 선행의 결과라고 굳게 믿고 싶다.

아마 사람들이 의대에 대한 것들 중에 인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사람해부일것이다. 그러나 막상 의대생들은 담담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그중 일부는 즐긴다고나 할까 그런 부류도 있다.

아무래도 여성 카데바는 fat이 무지무지하게 많다.
특히 앞가슴은 더욱 그렇다.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말그대로 호박죽이 넘쳐난다.

그런데 다른 조 집도를 맡은 여학생 (아버지가 산부인과 의사다)!
스킨 컷을 열심히 하다 긴머리가 fat에 묻었다.
같은 조 남학생들이 오히려 놀라며 걱정해주려는 순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쓰~윽...머리를 넘긴다. ㅡ,.ㅡ
그리고는 다시 카데바에 머리를 파묻으며 열심히 메스질이다.

나는 그 애가 무언가에 그렇게 열심히 집중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적어도 예과 때는 말이다.
본과와서야 서로 자신의 일에 바빠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모습이자 약간은 엽기스런 모습이었다.

카데바 중에는 우리대학 생화학 교실 교수님 어머님도 계신다.
목사님도 계신다고 하고 교장선생님도 계신다고 하며 만 23세 여자분도 계신다.

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하다.
사랑의 장기기증이니 헌체니 하면서 자신의 사후 몸을 내준다.

우리는 그 몸을 실습을 하며 조금씩 만신창이를 만든다.

의학의 발전까지는 모르겠으나 사진이나 책으로 보고 외우는 것에 비하면 효과가 좋은건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체에 대한 해부가 왜그리 금기시 되었던가 하는 의문도 함께 든다.

사람들이 사체에 대해 금기시하는 것은 그 것에서 자신의 죽음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첫날이라 1시반부터 거진 9시까지 계속된 7시간(저녁시간 1시간빼고) 동안의 실습 후의 피곤함에 실습 끝나고 포르말린 냄새 풍기며 리포트쓰느라 11시10뿐까지 도서관에 있다 왔음에도 몇 줄 써봤다.

틈나는대로 사람해부에 대한 느낌을 쓸 생각이다.

실험체가 아닌 얼마전 까지 나와 같이 숨쉬며 동시대를 산 '사람'의 고귀한 헌체로 기억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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