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삶과 죽음에 대하여..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9. 1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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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가톨릭 중앙 의료원 산하 외곽 부속 병원인 부천 성가병원이다.

병원에서 3주째 먹고 자며 생활하고 있다.

지금 월드컵으로 온나라가 들썩거리고 있고, 여기도 물론 그렇긴 하지만, 나는, 그리고 외과 실습 학생들은 별로 여유가 없다. 교수님들의 endless 숙제와 수술때문이다. 다른 part..예를들어..소아과 애들은 정말로 아~~주 여유롭게 월드컵의 열기를 즐기고 있더군...-,-;; 마치 "비교체험 극과 극" 을 경험하고 있는듯 하다..

병원에서 하루종일 선생님들을 따라다니며 병동에서 수술방에서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직접 술기도 해보고 그러니까 학교에서 강의만 들을 때보다 훨씬 생동감있고 재미가 난다..

병원이란곳은 죽음이라는 것이 너무 흔하기에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는 곳이다.

그저께 중환자실에서 9시쯤 한 할머니가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레지던트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간호사 한테 "에피네프린" 을 달라는 말을 했다. 아무런 긴장감도 없는 따분하고 모노토너스한 말투..

격렬한 심폐 소생술을 기대했지만..그리고 긴박한 의료진의 호출과 생명을 구하는 마지막 노력등을 기대했지만....."에피네트린 정맥 주사"가 끝이었다. 그 레지던트 선생님은 챠트 기록하기에 다시 정신이 팔렸다. 그리고 그 할머니는 심장이 멎었다 뛰었다 반복하다가 3시간쯤 후 사망했다고 한다..이 이야기를... 나는 의국에서 담배를 피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2년차와 4년차 선생님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의사들이 죽어가는 환자들 앞에서 따분한 얼굴로 헤모글로빈 수치나 아니면 상처부위의 드레싱 여부에만 관심을 쏟는걸 이해할수가 없었다.그 환자의 삶의 목표, 한 인간 개체로서의 존엄성에 더욱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실습 초기엔 다른 동기들이 선생님들의 환자상태에 대한 설명에 매료되어 있는 동안 난 옆 침대에서 괴로워하는 환자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왜 저 환자한테는 아무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걸까.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나 자신 조차도 나의 숙제,수술,케이스 발표, 공부, 그리고 모자란 잠 등으로 인해 환자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걸 많은 부분 포기하였다.

가슴이 따뜻한 의사가 되고 싶다...

좀더 생각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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