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멋진 교수님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 8. 16:22
반응형
이번주는 신장내과 실습주간이다.

저번주에 신장내과 라운드 시간에 들어오셨던
매우 어그레시브한 교수님과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아침회진 시간 3시간 저녁회진 시간 3시간....
환자 베드 옆에서 신장의 모든것에 대해 말씀을 하신다...
중노동이다.

그 교수님 내가 내과한다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나 보다...
내가 자기처럼 살이 찐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의 이유를 만들어 내셨다..
(아...이를 어쩐다...살아남기 위해서 대충 둘러댄 말이.....엄청난 결과를 몰고 왔다...)

자기는 욕심이 많아서 살이 쪘다고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환자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즉 남보다 환자를 더 잘봐야 되고...
자기 환자는 반드시 살려야 되고..그런 욕심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내과를 선택했고..그중에서도 신장내과를 선택하셨다고 한다...
실제로 그 교수님은 환자도 열심히 보시고..퇴근후에는 연구실에서 리서치도 열심히 하신다..
가정은 포기하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보고 하는 말이...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살빼고 싶고..스트레스 받기 싫으면 마이너 과하라고 하셨다..
아아....교수님...나..마이너 못해여....ㅠㅠ..
라고 말하면 맞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이 교수님 자기 후배가 내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흐뭇한것 같다...
질문했을때 몰라도..안 혼내신다..그냥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내가..워낙 많이 공부를 해서..
기본적인것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신다..아아..

이 교수님 말버릇이 재미있다.
질문에 대답을 못했을때..

" 맞고 하자 "
" 나는 아주 unstable한 사람이야.."
" 외과 가서 몽둥이 가져와라.."
" 테레비좀 부수고 가자.."
" 니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구나..( 아는게 없다는 말) "

이러한 말투 때문에..되게 무서워했던 애들도 있었다.

근데..나한테는 자상하게 웃으면서,,," 맞고하자.." 이러는 걸로 볼때 그냥 말버릇인 듯 싶다..
나랑 친구하고 싶으신가 보다..
" 우리.. 테레비나 부수고 갈까.." 도대체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덩치도 좋으신 분이 성격도 급하고...
아직도 급성 신부전 환자만 보면 " 피가 끓는다 " 고 하신다..
내가 해석하기엔..
응급환자가 오면 그런 환자들을 살려낼 때
기쁨을 느낀다는 말인 것 같다.

이 교수님의 직속 꼬붕인 펠로우 선생님이 계시다.
이 선생님은 우리처럼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엄청 잘해주신다..
자기도 학교다닐때 공부를 못해서..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안쓰럽다고 하신다..-.-;;..
그래서 될수 있으면 어려운 질문 안하시고..일반인들도 아는 질문을 하신다...

여기 신장내과는 내 맘에 쏙든다.

나도 우리 교수님 밑에 꼬붕으로 눌러 앉고 싶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나는 내과가 어울리는 것 같다..-.-;;

이러다가 진짜 내과 하는 거 아냐?

내과의사가 멋지긴 멋지다..
근데..나같은 녀석이 내과를 한다는건 뭔가 좀 이상하다.
긁적..긁적..
반응형

'medical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과의 마지막날  (2) 2006.01.12
느림의 미학  (3) 2006.01.08
비이성적인 것들에 대한 유감  (3) 2006.01.08
미생물 실습  (0) 2006.01.07
니가 거시기 해야겠다.  (2) 200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