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비이성적인 것들에 대한 유감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 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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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어제 밤 아이 한명이 응급실로 실려 들어왔다.
원래가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속에서 40여일간 있었던 아이로 여러 잔병치례를 하다가
애가 자꾸 늘어지니까 엄마가 응급실로 데려 온 것이다.

그때가 세벽 1시였는데,당직 소아과 주치의 선생님이
올라가 환자를 보는데, 엄마가 이런저런 간섭을 하더라는 것이다.
" 주사 놓지 마라"
" 피검사도 안된다."
하도 황당해서 그럼 뭐하러 병원에 대려왔느냐고 물어보니, 아무 대꾸도 없더란다.
그러면서 하는말이 당신네 의사들은 환자위에 군림만 하지말고 진정 환자를 위해서 일을 하라고 훈계를 하더란다.
그 형이 저두 이 아이를 위래 이렇게 밤에 자다 말고 올라오지 않았습니까? 라고 대답을 하니
당신은 돈을 받지 않느냐는 것이다.

...

오늘 아침 회진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보고 받은
펠로우 선생님이 아이를 보러갔다.
그 보호자는 대뜸하는 말이 퇴원시켜달라는 것이다.
이 아이는 폐렴이 강력히 의심되었고, 그동안 밥을 제대로 안먹이고 우유만 먹여서 철 결핍성 빈혈이 있었다.
당연히 환자 상태로 보아서 퇴원은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선생님이 안된다고 하자.
그 엄마는 대뜸 고함을 지르면서 하나님이 살려주실테니..-.-;; 퇴원 시켜달라 라는 것이다.

" 당신네 의사들 서비스업이야...그러지 마.."

" 거기 뒤에 젊은 의사들 잘들어 환자위에서 군림하지 말라고!! "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말이 귓가에 아직도 맴돈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인데, 정맥 라인 주사도 거부하고 일체의 검사도 거부하고 이불에 싸서 애기를 안고만 있다..

병원에 왜 왔던 것인지.
의사들이 짜잔~ 나타나서 애 얼굴만 보고 주문을 걸면 좋아질것이라고 맏었던 것이다.
평소에 하나님만 열심히 찾다가 감히 미천한 인간들이 자기 애 몸에 손을 데려하니까 화가 났던 것이다.

.....

그냥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보호자들은 소송을 걸고 인터넷에 의사들이 자기를 쫓아냈다고 글을 올릴 것이다. 이런것은 둘째 치고라도 애기가 잘못된다면 그건 인간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

참,이런 건 텔레비젼에서 다뤄주지 않는다.

이 열등감 덩어리에다가 비 이성적이고 편집증적인 아줌마를 생각하면 당장 내쫓아도 시원치 않으나, 애기를 생각해서 소아과에서는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 당신네는 서비스업이야 돈 받고 일하잖아~ "

이말이 아직까지도 무언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꽃힌다. 그럼 돈받은 만큼만 일하면 될까? 월급 조금 받으니까 반쯤만 살려놓으면 될까? 매일 수많은 밤을 지새우면서 공부하고 배우고 익히는 것이 이렇게 무가치하다는 말인가?

서비스업이기도 하지..그래도 그냥 서비스업일 뿐이라면 몇날 몇칠 밤을 새가면서 중환자실에서 환자 곁을 지키는 우리 불쌍한 주치의 선생님은 바보란 말인가? 그냥 돈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되잖아..
여기엔 사람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우리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책임의식과 의무의식을 교육받는다.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꼴에 자존심 정도로만 생각되어질지 몰라도 그건 마지막 까지 버티게 해주는 힘이란다......교수님이 우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2만원의 당직비를 받아가면서도 꼴딱 밤을 세우고 그 다음날도 하루종일 일을 할수가 있는 것이다.
당신은 돈을 받지 않느냐고? 밖에나가 노가다를 뛰어도 이것보다 2배는 더 받는다.

그 정신나간 아줌마한테 가운입혀주고 돈줄테니 환자보라고 하면 어떤 얼굴을 지을까?

아무튼 이 불쌍한 애기는 퇴원을 할려나 보다.
오후회진때 문제가 생겨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사건 말고도 도통 황당한 일이 한둘이 아니다.

한의사라는 엄마가 애기를 데리고 왔는데, 중이염이 번져서 걷잡을 수 없게 된 상태였다..절개를 하자고 해도 싫다..뭐하자고 해도 싫다..그러면서 한약만 먹이고 있다...그럴려면 지네 한의원 데려가지 여기는 뭐하려 왔냐?
그러다가 잘못되면 또 악의에 가득찬 욕설을 퍼부으면서 신문사에 전화를 걸겠지...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도통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들을 싫어하는 듯하다.
의사들이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하다 그러면 잘 믿지를 않고 ..옆집아줌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자신의 추측에 적당한 상상을 더해 그것이 진짜인줄 안다.

그래도
성질대로 했다가는 병원 에서 징계를 받는다는
그 형의 말이 참 가슴이 아프다.
나도 이제 얼마 안있으면 의사라는 딱지를 달텐데.
이 험난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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