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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맥주, 혹은 시간을 마시는 방법에 대하여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 Anzegem이라는 동네가 있다.겐트에서 남서쪽으로 30킬로쯤 내려가면 나오는 작은 곳. 거기서 세 명이 브루어리를 차렸다. 이름을 't Verzet'라고 붙였는데, 플랑드르 속어로 "저항(the resistance)"이라는 뜻이다.뭘 저항하는 건지는 나중에 분명해진다.이들이 Oud Bruin을 만들기 시작한 건 단순한 이유에서였다.공동창업자 Alex Lippens가 직접 말했다. 우리 아버지 세대, 삼촌 세대가 80년대 90년대 얘기를 해주는데, 그 시절엔 어딜 가도 필스너 탭 옆에 Rodenbach 탭이 나란히 있었다고. 근데 지금은 아무도 안 마신다고.그게 너무 이상했던 거다.Oud Bruin은 플랑드르 브라운 에일, 혹은 플랑드르 레드 에일로 불리기도 하는 스타일이다. 벨기에..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독후감

책 제목이 좀 거창하다."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설계라니. 마치 내가 누군가의 프로젝트인 것 같아서.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그런데 읽다 보니, 진짜로 그런 것 같아서 좀 씁쓸해졌다. 데이비드 이글먼은 신경과학자다.뇌를 들여다보는 사람.그가 하는 말은 간단하다.당신이 "내가 결정했다"고 믿는 그 순간, 사실 뇌는 이미 수백 밀리초 전에 결정을 끝냈다는 것.의식은 그냥 사후에 이야기를 꾸며내는 나레이터에 불과하다고. 솔직히 좀 불편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맞는 것 같기도 하다.증류를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증류기 앞에 서서 헤드, 하트, 테일을 자르는 순간.수치를 보는 게 아니다. 향을 맡고, 입에 대보고, 그냥 안다."여기다."분석이 아니다. 뭔가가 먼저 반응한 거다.나중에 생각해보면 맞..

아무거나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