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23

전주이야기 <3> - 여행은 돌아옴(歸)입니다

"여행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갖습니다. 떠남과 만남입니다. 떠난다는 것은 자기의 성(城) 밖으로 걸어나오는 것이며 만난다는 것은 물론 새로운 대상을 대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여행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떠남과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자기의 집을 나와 새로운 곳, 새로운 대상을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행과 똑같은 내용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 여행은 돌아옴(歸)입니다. 나 자신으로 돌아옴이며 타인에 대한 겸손한 이해입니다. 정직한 귀향이며 겸손한 만남입니다. 이 정직한 귀향과 겸손한 이해가 없는 한 서로 다른 세계가 평화롭고 평등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은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픈 과거로부터 새..

여행 2005.09.12

전주이야기 <2> - 전동성당과 천주교

수강에게 날이 많이 추워졌구나. 며칠 전 네가 취직 시험을 보았다는 것을 기억하곤 편지를 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정작 컴퓨터 앞에 앉아도 그리 쉽게 써지질 않더구나. 하지만 늦게라도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몇 자 적어 본다. 앞으로도 2,3차 시험이 남은 너에게 무거운 얘기보다 어쩌면 네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전동 성당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해. 너도알다시피 명목상으론 아직 나의 신앙은 천주교란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성당에 가는 발걸음이 귀찮아지고 점점 가는 횟수가 줄더니 이젠 1년에 한 번 가면 다행일까? 그런 내가 고색창연한 경기전 앞에 우뚝 서 있는 전동 성당을 보고 그냥 지나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겠지. 그런데 이상하게 경기전과 전동 성당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고 있더구..

여행 2005.09.12 (2)

전주이야기 <1> - 경기전

현실에 붙잡혀 있을 당신에게 인(仁) 에게 내가 여행을 떠나면서 맨처음 전주에 들른 것을 굳이 따져보자면 숨가쁘게 성장해 온 우리네 도시들 가운데 정적인 느낌을 주는 도시가 몇 없어서라고 해도 너무 주관적인 말은 아닐 것 같구나. 물론 다른 말로 하자면 근대화의 혜택을 덜 받은 곳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돌이켜 보면 역사와 전통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굳이 나쁘게만 바라볼 수는 없진 않겠니? 조선시대 호남지방을 관장하던 전라감영이 있었고 조선왕조를 세운 전주 이씨의 본향이라는 이유로 상당 부문 관향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전주는 드넓은 평야에서 생산한 물산이 풍부해 음식과 풍류가 발달했지. 전라도라는 말이 전주와 나주의 앞 글자들을 모아서 만들었을 정도로 전주는 오래된 도시이기도 하거니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여행/한국여행 200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