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가게

총동문회( 부제: 구겨진 스타일 ) 본문

medical story

총동문회( 부제: 구겨진 스타일 )

비회원 2006. 5. 13. 07:14
지난주 토요일엔 총동문회가 있었다..

총동문회란 무엇인가?
주로 까만 정장을 입고 술먹고 오바이트하는 날이다...라고 정의를 내릴 수도 있겠지만은..고등학교 동문들끼리, 재학생 졸업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손도손 술을 마시는 자리이다...-.-;;
공부하느라 바쁜 나지만, 총동문회를 제낄 베짱은 없기에, 마지못해 도살장에 가는 심정으로 끌려나갔다..

게다가 토요일 오후..한 선배가 정형외과 체육대회를 제끼고, 동문회 참석할라고, 왔는데..이 선배가 너무 일찍 온거라...그래서 몸을 숨길데를 찾아 방황하다가 나랑 딱 마주친 것이다..

"흐흐..잘있었냐? "
" 예..형 "
" 사우나 가자..."
" 저기..그게..오늘..공부...."
" 왜 공부할게 많냐? 뭐가 많냐? 그냥 기출만 봐! "
" 예..형.."

사우나...난 결국 그날의 목표량을 절반도 못 채운채, 사우나에 들어앉아..불안한 나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며 그리고 오늘 총동문회에서 불상사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무지 재미 없는 그 형의 병원 생활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에 2시간을 잤지...정형외과는.... 정말로 멋진과...하루에 2시간..멋진..정형....하루에 2시간.....넌..무슨과..너도..정형외과...하루에 2시간...좌우지간....공부를..열심히...할...필요는...별루......너두..정형....

이 형은 나에게 정형외과를 하라는 말을 정확히 13번을 하였다...온탕에서 냉탕으로 옮길때...냉탕에서 사우나로 옮길때..등등..장소 옮길때마다..

그렇게, 사우나를 하고..뽀샤시한 몰골로 편의점에서 선배랑 컨디션 두개씩 먹고..총동문회에 참석하러 학교로 걸어오는데....갑자기 이 형이 뒤돌아 달려가는 것이었다...그래서 나도 형 어디가여..이러면서 달려갔는데..한참을 그렇게 뛰다가..후미진 곳에서야 멈추었다.

" 아 쓰바..저기 과장님 오신다..."

...

공부도 못하고 하기도 싫은 사우나 억지로 하고..신나게 도망다니고...
그렇지만 이건 다음에 일어날 사건의 전초전에 불과하였다..

난 본과 4학년으로써, 우리 동문회 애기들이 우러러보는..지존의 몸이다..내가 한번 뜨면 애들은 다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술자리에서는 나의 손가락하나로 20명 남짓되는 애들이 한번에 원샷을 하게 만드는 아주 무서운 사람이다..움하하하..

그러나 총동문회를 하게 되면..후배들은 졸업 선배들 옆에 앉아서 맛나는 고기를 먹고..나는 문간에 앉아 늦게 오시는 선배님들 전화를 받고..마중나가고..옷 받아 걸고..구두를 챙겨야 하는 그러한 위치이다..
즉 레벨이 낮은 녀석들일수록 편안한 위치에 앉게 되는 것이다..원래 다른 모임은 그렇지가 않은데..우리 동문회의 유별난 특성이라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동문회의 특성상..처음엔 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이 된다..

"얘야..너 몇살이니? 허허..우리 사위삼아도 되겠구나..".
"그래 공부는 잘 하고 있지? "
"내년엔 우리 고등학교 선생님들 한번 모시자.."

주로 이런 아름답고..정다운 말들이 오고 간다..

그러나 술이 들어가고..이제 어느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분위기가 180도로 전환된다..

" 이 씨바..저놈 머리 색깔이 왜 저래? 본4 일루와.."
" 어쭈구리 이 자식이 다 안마시네..도대체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본4 오라구 해! "

이런 아주 안좋은 군대 문화가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본4인 나..이리저리 불려다니기 시작한다...재수가 좋은 날은 그냥 술잔에 술을 받아 마시고 그렇지 못한 날에는 물컵에 마신다..작년에 내가 본과 3학년땐...1년 선배였던 형이 냉면사발로 마시는 걸 보았다..-.-;;

주로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고학년들일수록 술이 빨리 취해서 바닥에 붙은 껌이 되기가 일쑤이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불굴의 정신력으로..그리고 컨디션의 약빨로..끝까지 버텼다...우리 동문회 애기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배신할수가 없었기에..주로 본4는 선배들의 억압에 맞서서..후배들을 구해주어야 한다..

그날 총동문회에서도 몇가지 사건이 있었다.

외과 2년차 선배가 예과 1학년 여자애한테 술을 먹이다가..애가 우니까..." 왜 울어 이 기지배야 ! " 라는 말을 했다..그래서 걔는 더 엉엉 울어버리고...덩달아 다른 1학년들까지 같이 울었다....그러다가 결국은 왜 이렇게 동문회 내에서는 여자들이 무시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애꿎은 나에게 자꾸 뭐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를 것이다..
" 왜 울어 이 기지배야! " 라는 말 이후에 술잔이 날아가는 사태는 내가 몸을 바쳐 막아주었다는 걸..

그렇게..새벽 2시쯤..끝이나고..나는 내 담당인 본3 여자애를 데리구..집에 델다 주려고 가는데...그만 필름이 끊겨 버렸다..

다음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으나..차마 글로 쓸 수가 없다...

어찌하여 나의 인생은 이렇게 어두운 것일까..

나두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다..
아 정말...이번시험만 끝나면..어디 조용한 절 같은데 들어가서...정신수양이라도 좀 쌓아야 될 듯 싶다....
아주 모노토너스하게 지겨운 일상이 지속되다가 대박으로 쪽팔린 사건이 발생하고..그리고..다시 모노토너스한 일상..


ps) 공부하기 싫다.

'medical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병원이야기  (7) 2006.06.10
지루함....  (5) 2006.05.13
총동문회( 부제: 구겨진 스타일 )  (1) 2006.05.13
3615 page  (3) 2006.05.10
임상 수행 능력 평가 시험, OSCE  (2) 2006.05.10
나병과 싸우는 사람들...  (3) 2006.04.10
1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