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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수술방에서 살다시피 한다.
간단한 수술같은 것들은 교수님 어시스트 해드리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옆에서 관찰하기만 한다.흔히 말하는 일반외과와 함께 무슨무슨 외과 라고 이름 붙여진 과들은 수술방과 인연이 깊다.
그 외에도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마취과 등등의 과들도 수술을 하는 과이다.
지금.. 본원 실습 6주째 이비인후과 실습중이다.
시작할때부터 외과 계열의 과들이 왕창 몰려 있어 수술방 죽돌이가 되었다.
수술방.. 거기엔 미묘한 역학 관계가 성립이 되어 있다.
일단 두 개의 집단,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별개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고,마취과 의사들은 그 중간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마취과 선생님들...그분들의 높은 삶의 질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느긋하게 소독포 뒤에 자리 잡고 앉아서...책을 읽거나..간호사들하고 잡담을 한다.
교수님(집도의)은 절대 군주이다.
수술방에서 그 분들의 말 한마디..결정 한마디는 곧 법이다. 간호사건 레지던트건 마취과 의사건 집도의의 명령에 절대 복종 해야만 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성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교수님들은 폭정을 휘두르신다. 수술기구 집어던지시기...욕하시기...간호사한테 싸움거시기..등등 다양한 메뉴의 폭정으로 수술방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고 가신다....
외과의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 대부분 수술방 밖에서..밝은 세상에서 만났을때는 대부분 유쾌하고,,농담을 즐기며 예의가 바른 신사들이다. 그러나 수술방..에서 그들은 변신한다. 마치 선을 그어놓고..거기에 걸려들기만 해봐라..라고 기다리는 사냥꾼들처럼....웃고 떠들다가..느닷없이 화를 내고는 한다.
레지던트..그들은 집도의의 권위에 충성을 다하는 신하들이다. 이들은 워낙 바쁘고..별 특징이 없기 때문에..제끼겠다.
간호사들..나는 간호사들의 심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어느정도 공감하는 편이지만..그들을 아직도 완전하게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여기 여의도 5번방의 뚱뚱이 간호사 누나의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했던 적이 있다. 집도의가 뭐 달라고 할때 그들은 항상 미적 거린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데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 간호사 언니의 업무를 주위깊게 관찰한 결과..그들은 쓸데없는데 정신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수 있었다. 예를들어..교수님이 가위를 필요로 할때 그들은 실에 정신이 팔려 있고..실을 필요로 할때는 가위에 정신이 팔려 있다. 또한 그들의 기쁨이자..존재 이유인 수술 거즈 세는 것에 대해 필요 이상의 집념을 보인다. 수술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벌써부터 자기들끼리 거즈를 세고 있다..아주 큰 소리로..그리고..처음부터 끝까지...수술기구 세는것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업무를 망각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누나가 신규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서로 노력해서 화기애애한 수술방 분위기를 만들어가야한다는게 나의 주장이다.왜냐면 싫든 좋든...수술방은 내가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이제 제법 주인 의식 까지 생겨...수술방 바닥이 지저분하면..신경이 쓰이기도 한다...한마디로 주제파악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간호사들의 노고를 십분 이해하고 있으며...그래도 가장 정상적인 집단임에 틀림이 없다..수술방에서는...
다음으로... 나는 무엇이냐..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
나는 항상 여의도 5번방에서 죽 때리는 사람이다.
집도의도 바뀌고 레지던트도 바뀌고 마취 의사도 바뀌는 와중에 나는 거기에 항상 변함없이 존재한다.
나는 예를들어..수술 침대와 동등한 레벨이다.
거기 있는 것을 아무도 의식하지 못하지만..없어진다면..바로 눈에 띄는 존재..
그래서 도망가지도 못한다.
내가 없다면..교수님들은 이런 말을 할 것이다.
" 야 그 새끼..도망갔나 보다..점수 깍아라.."
가끔씩 5번방 간호사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 선생님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저 구석에서 가만히 서 계세요..."
음..나는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남들에게 피해가 되는 존재이다..왠지 거기에 서 있다는것 자체가 수술진들에게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마음이 무겁다..없어져 주고 싶지만..그래도 일정표에 거기 있으라고 나와 있으므로 거기에 있는 수 밖에 없다.
아니다. 나의 존재 이유이자..메인 업무가 있긴 있다. 환자 나르기와 교수님 질문에 대답하기...혹은 심심한 마취과 선생님과 상대해 드리기 등등이 있다. 여기엔 정말로 특이한 마취과 선생님이 계시다. 심각한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성큼성큼 걸어들어와 사회문화정치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고..그에 대해서 답변을 기다리시곤 한다.
물론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씨봉..만만한게 학생이냐...결국 나는 그 선생님과 차기 대권에 관해 심도 있는 토의를 나누어야 한다.
수술방 그곳은 한 인간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아주 극한 투쟁의 공간이다. 지구상에서 전쟁터 이외에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에 치열하게 직면하는 곳은 아마 수술방 이외에 없을 것이다. 거기는 나의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간단한 수술같은 것들은 교수님 어시스트 해드리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옆에서 관찰하기만 한다.흔히 말하는 일반외과와 함께 무슨무슨 외과 라고 이름 붙여진 과들은 수술방과 인연이 깊다.
그 외에도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마취과 등등의 과들도 수술을 하는 과이다.
지금.. 본원 실습 6주째 이비인후과 실습중이다.
시작할때부터 외과 계열의 과들이 왕창 몰려 있어 수술방 죽돌이가 되었다.
수술방.. 거기엔 미묘한 역학 관계가 성립이 되어 있다.
일단 두 개의 집단,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별개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고,마취과 의사들은 그 중간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마취과 선생님들...그분들의 높은 삶의 질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느긋하게 소독포 뒤에 자리 잡고 앉아서...책을 읽거나..간호사들하고 잡담을 한다.
교수님(집도의)은 절대 군주이다.
수술방에서 그 분들의 말 한마디..결정 한마디는 곧 법이다. 간호사건 레지던트건 마취과 의사건 집도의의 명령에 절대 복종 해야만 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성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교수님들은 폭정을 휘두르신다. 수술기구 집어던지시기...욕하시기...간호사한테 싸움거시기..등등 다양한 메뉴의 폭정으로 수술방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고 가신다....
외과의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 대부분 수술방 밖에서..밝은 세상에서 만났을때는 대부분 유쾌하고,,농담을 즐기며 예의가 바른 신사들이다. 그러나 수술방..에서 그들은 변신한다. 마치 선을 그어놓고..거기에 걸려들기만 해봐라..라고 기다리는 사냥꾼들처럼....웃고 떠들다가..느닷없이 화를 내고는 한다.
레지던트..그들은 집도의의 권위에 충성을 다하는 신하들이다. 이들은 워낙 바쁘고..별 특징이 없기 때문에..제끼겠다.
간호사들..나는 간호사들의 심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어느정도 공감하는 편이지만..그들을 아직도 완전하게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여기 여의도 5번방의 뚱뚱이 간호사 누나의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했던 적이 있다. 집도의가 뭐 달라고 할때 그들은 항상 미적 거린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데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 간호사 언니의 업무를 주위깊게 관찰한 결과..그들은 쓸데없는데 정신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수 있었다. 예를들어..교수님이 가위를 필요로 할때 그들은 실에 정신이 팔려 있고..실을 필요로 할때는 가위에 정신이 팔려 있다. 또한 그들의 기쁨이자..존재 이유인 수술 거즈 세는 것에 대해 필요 이상의 집념을 보인다. 수술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벌써부터 자기들끼리 거즈를 세고 있다..아주 큰 소리로..그리고..처음부터 끝까지...수술기구 세는것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업무를 망각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누나가 신규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서로 노력해서 화기애애한 수술방 분위기를 만들어가야한다는게 나의 주장이다.왜냐면 싫든 좋든...수술방은 내가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이제 제법 주인 의식 까지 생겨...수술방 바닥이 지저분하면..신경이 쓰이기도 한다...한마디로 주제파악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간호사들의 노고를 십분 이해하고 있으며...그래도 가장 정상적인 집단임에 틀림이 없다..수술방에서는...
다음으로... 나는 무엇이냐..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
나는 항상 여의도 5번방에서 죽 때리는 사람이다.
집도의도 바뀌고 레지던트도 바뀌고 마취 의사도 바뀌는 와중에 나는 거기에 항상 변함없이 존재한다.
나는 예를들어..수술 침대와 동등한 레벨이다.
거기 있는 것을 아무도 의식하지 못하지만..없어진다면..바로 눈에 띄는 존재..
그래서 도망가지도 못한다.
내가 없다면..교수님들은 이런 말을 할 것이다.
" 야 그 새끼..도망갔나 보다..점수 깍아라.."
가끔씩 5번방 간호사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 선생님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저 구석에서 가만히 서 계세요..."
음..나는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남들에게 피해가 되는 존재이다..왠지 거기에 서 있다는것 자체가 수술진들에게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마음이 무겁다..없어져 주고 싶지만..그래도 일정표에 거기 있으라고 나와 있으므로 거기에 있는 수 밖에 없다.
아니다. 나의 존재 이유이자..메인 업무가 있긴 있다. 환자 나르기와 교수님 질문에 대답하기...혹은 심심한 마취과 선생님과 상대해 드리기 등등이 있다. 여기엔 정말로 특이한 마취과 선생님이 계시다. 심각한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성큼성큼 걸어들어와 사회문화정치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고..그에 대해서 답변을 기다리시곤 한다.
물론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씨봉..만만한게 학생이냐...결국 나는 그 선생님과 차기 대권에 관해 심도 있는 토의를 나누어야 한다.
수술방 그곳은 한 인간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아주 극한 투쟁의 공간이다. 지구상에서 전쟁터 이외에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에 치열하게 직면하는 곳은 아마 수술방 이외에 없을 것이다. 거기는 나의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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