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살기 싫어질 때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10. 1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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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녁 회진 시간이다. 하루 종일 서 있었더니 발에 물집이 잡힐 것만같다.
실습나오고 부터 내 발이 가장 많은 고생을 한다.
(머리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여기 피부과 외래에는 학생의자가 없다.
레지던트수와 똑 같이 의자도 그만큼 밖에 없다.
참 얄밉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다들 타고 난후 내가 맨 마지막으로 올라탔다.
갑자기 들리는 상큼한 여인네의 목소리..
"삐-----정원 초과입니다..마지막 타신분은 내려주십시오.."
큭..
마지막 타신분은 나다.
그 냉랭한 눈초리들....
2층부터 10층 까지 뛰어 올라갔다.
8층 쯤에 가슴이 벌렁 벌렁 뛰는게...
죽을 것만 같았다.
왠지 눈물이 날 만큼 서러웠다...
이번이 2번째다...

#2

수술시간이다.
노교수님이 들어오셨다.
" 어이..갸들..뭐꼬..거..미군 대사관 앞에서 대모하고 그라는 정신나간 놈들...미군이 우리나라 지켜줄라꼬..여기 있는 것이제...우리나라 점령할라꼬 있는 기가...작전하다가 사람 좀 칠수도 있는 것이지...뭐 그란거 거지고 난리고..난리가....그러다가 미군 떠나면 우짤라고...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 요즘 젊은 친구들 정신이 없어..정신이..나라가 우찌 될라고.."

갑자기 나를 보면서..

"학생이가? 니 생각좀 말해 봐라 "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저도 교수님 생각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

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어쩔수 없는 속물이다...
가슴엔 눈물이 흘렀다.
미안하다 효순아..미순아..

수술이 끝날때까지..계속 입안에서만 맴도는 말을 결국엔 할 수 없었다..

#3

할일 없이 외래에 앉아 있는데...
환자가 갑자기 질문을 한다.
" 저기 선생님 검사 얼마 안걸리죠? "
그 검사 얼마 안걸리는 검사다..
"네..10분이면 끝납니다.."
레지던트가 바쁜 모양이다..
그 환자가 많이 기다리고 있다.
나꾸 나를 쳐다본다.
할일없이 앉아 있는 저 사람이 해주면 안될까..
애처롭게 바라는 듯한 눈빛이다.
자꾸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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