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좀 불공평하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 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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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부터는 흉부외과 실습이다.
흉부외과는 정말이지 3D과로 낙인이 짝혀버려
정말 의사들이 없다.
여기 여의도 성모병원에도 레지던트가 달랑 2명이다.
의국장 레지던트 4년차 그리고 그의 꼬붕 3년차 레지던트..이 두명은 정말 특이한 캐릭터이다.
담배도 정말 많이 피고..말도 정말 많다..
아주 죽겠다..일과후에도 수다 떠느라고 집에 안보내준다..쓰잘데기 없는 수다를 들어주는 것도
참으로 고역이다..특히 의국장은 앉은 자리에서
줄창 담배를 5개나 피는 엽기 행각을 펼친다.

상황이 이러하니 흉부외과에선 학생의 역할이 너무 크다. 물론 다른 몇몇 일부과에서도 인턴 선생님들이 주로 하시는 잡일..을 많이 해보았지만.
여기서 난 완전 인턴 취급을 받는다.
오늘 첫 출근을 했는데..
의국장이 나를 본 순간..
희색이 만연하여...
" 너 냐 ? " ( 씨익...-.-;;)

아마 튼실한 일꾼이 들어온데 대한 기쁨의 표현일 것이다...덕분에 오늘 수술방에서 보조를 하면서 날 완전히 인턴 취급하는 바람에 쿠사리도 많이 먹었다.
저편에선 이 쪽을 기다리지도 않고 쓱삭쓱삭 수술이 진행되는데..
이쪽에선 어버버버버...뚝..( 실 끊어지는 소리..)
삐질..-.-;;...힐끔...헉.."야 이 ㄱ ㅐ xx "

ㅠㅜ

아 물론 내가 학생 주제에 수술에 깊숙히 참여하는 건 아니구..
시야 확보하기 위해서 주위 장기를 잡아 당기고 있거나 아니면 가위질하고 피닦는 것과 같이 간단한 일이다..
이런건 나 말고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10분가량의 교육만 시키면 다 할수 있는 일이다.
이건 물론 슬픈 현실이다.
나야 학생이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인턴 선생님들도 엄연한 의사선생님인데..
그러한 고급인력이 이런 단순노동만
하고 있다는 건 좀 그렇다.
이 문제에 대해선 다음번 글에서 다루겠다.

어쨌든..
수술엔 보통 3명이 참여한다.
집도의, 제1 조수, 제2조수
원래 제1조수가 수술의 모든과정을 이해하고 있어야
집도의 ( 교수님 ) 의 원할한 수술진행을
도와드릴수 있고..
2명으로는 손이 모자라
제 2조수가 필요한것이다.
보통 제1조수는 의국장(수석 레지던트) 이나 시니어 레니던트가 담당하고 제2조수는 저년차 선생님들이나 인턴 선생님들이 담당한다.
여기선 학생이 제 2조수의 역할을 한다.
사람이 워낙 없어서..
인턴 선생님은 밖에서 병동의 안전을 책임지는
거의 주치의 의 역할을 하신다.

즉, 수술방엔 아예 인턴 선생님은 들어오지도 않고..
학생이 모든 인턴 job을 맡는다..

요번에 이제 새로운 인턴 선생님들이 들어오셨다.
흉부외과에 들어오신 인턴선생님은 타교 출신 여 선생님이다..
오늘 첫 출근을 했는데..
딱 보자마자....우와~~~하고 놀랐다.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귀엽고 깜찍하고 공주스럽고.,..등등등

이 인턴 선생님 처음왔을때
우리 의국장 입이 귀에 걸렸다고 한다..좋아서..
솔직히 얼마나 좋을까..나도 진심으로 십분 이해가 된다..
그동안 4년차가 될 동안..자기 혼자 모든 교수님 뒷바라지 하랴..수술방에서 환자 나르랴...자기 친구들은
고년차라고 목에 힘주고 놀구 먹는데...말이지..
정말 눈물의 4년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3월말까지
자신의 절대 권력 아래에 놓이게된
미모의 여의사라.....

흉부외과하면서 고생한 엣일이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으리...^^

근데 이 여선생님 좀 어리버리하다..
일도 정말 못하고..대충 웃음으로 때워 넘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어떠한 잔머리도 나의 날카로운 분석을 피해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잔머리는 내가 전문이기 때문이다.
난 백만 스물 한가지의 잔머리를 구사할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다.

어쨌건 이선생님을 살펴보면..
일단 복사할줄 모른다.
그냥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못한다.(왜 못할까..)
그담에 인턴 선생님들의 메인 업무이신 필름 걸기도
못하신다.
보통 단손 촬영을 왼쪽부터 걸고 CT를 위에 찍은 필름부터 차례로 거는데..
자기 맘대로 건다..그리고 몇개는 빼고 건다.
그리고 우리과 여자애들은
머리가 어깨에 닿으면 안된다..
예전에 어떤 여자애가 머리가 가운에 닿았다고
눈물이 쏙 나도록 혼나는 걸 뫘다.
즉 뒷머리를 묶어서 가운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근데 이 선생님은 아름다운 곱슬머리가
어깨까지 찰랑찰랑 내려 오신다.
게다가 사알짝 염색도 넣었다.-.-;;

따라서.난 단 3시간만에
선생님의 불량한 외모와
뺀질거림을 단 한눈에 파악할수 있었다.
그리고 분명 오늘 점심 먹기 전까지 치프 레지던트가 인턴 선생님한데
가위나 재떨이를 집어던질 것이라는
아주 논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었다.

근데 왠걸.

흉부외과의 위대하신 파수꾼인 우리의
치프 레지던트 선생님께서는 그저 좋으신가 보다.
싱글벙글..
잘못을 해도 싱글, 닭짓해도 싱글, 필름 안걸어도 벙글,

음...

이건 좀 당황스럽다.

내 논리적인 분석이 빗나가다니 말이다.

오늘 가위에 맞을 뻔한건 나였다.수술방에서..

ㅠㅠ

아씨..좀 불공평하다..
나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러나 나는 진정
우리 의국장 선생님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정말
그 이쁘게 생기신 인턴 선생님한테
우리 의국장 선생님이
작업 들어가서 성공했으면 좋겠다.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된다..인정!!!

근데..3년차 선생님은 어떡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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