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256

완산만두

완산교 근처 용머리고개 오르막에 자리잡고 있는 완산만두를 꽤 오래전부터 봐왔다. 그렇지만 가서 사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외버스 완산간이 정류소 옆이어서 일테면 터미널 옆 음식점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그런데 문득 며칠 전 지나가다 보니 아니 이 집 아직도 이 자리에서 계속 장사하나? 하는 궁금함이 생겼다. 맛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몇십년을 자리 지키고 있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가봤다. 가격이 싸다. 맛은 뭐 조미료 풍성히 넣은 바로 그 맛. 양은 많다. 그래도 가끔 갈 것 같다. 같이 늙어가는 점빵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은가

사는이야기 2016.06.30

건축학개론

​ 대학에서 많은 개론 수업을 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개론 수업은 거의 없다. 건축학 개론의 수업 방식은 흥미롭다. 그리고 그 수업을 통해 만난 첫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애틋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며 첫사랑을 떠올리며 가슴 찡해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에게 ‘첫사랑’은 없다. 말 그대로 서수로써 ‘첫번째 사랑’이라면 초딩때의 사랑이겠지만…. 대신 나는 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래서 수도원으로 갔다. 사실 아직까지도 그때만큼의 설렘과 진심 그리고 충만한 행복감을 가져보지 못했다. 언젠가 내가 있었던 성북동수도원에 가본 적이 있다. 거의 모든 게 그대로였지만 나를 대하는 사람과 사물들의 태도가 달라져 있었다. 내가 수도생활을 하던 때, 정확히 문지기 일을 맡고 있던 때에 군 장교정복을 입고 수..

사는이야기 2016.04.04

안규철

학고재와 아트스페이스에서 알바를 하던 시절이 아마 97~99년 쯤이었을 것이다. 그 때 본 작가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아니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작품을 소장하고픈 그런 작가는 안규철이었다. 안규철의 작품은 여러 번 전시를 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 가방이다.아마 내 손 때도 좀 묻었을텐데..... 안규철이야기를 새삼 꺼낸 이유는 요즘 국립미술관에서 안규철의 프로젝트를 현대차 후원으로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인데 그 내용이 흥미로웠다. 1000명의 사람들이 소위 필경사의 방에 들어가서 책을 베껴쓰는 작업을 한단다. 저런 방에 들어가 뭔가를 하면 집중도 잘 될 것 같기도하고..... 예전 수도원에 있을 때 읽었던 CODEX라고 하는 문헌을 베껴쓰는 베네딕도회 수도사들의 이야기인 '장..

사는이야기 2016.04.03

럼(Rum) - 해적의 낭만

rum이라는 이름은 사탕수수라는 라틴어인 'succharum'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럼은 사탕수수의 즙을 발효해서 만든 술이죠. 럼은 17세기 초 카리브해에서 탄생하여 서인도 제도의 여러 나라에서 제조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럼의 원료는 사탕수수. 따라서 사탕수수가 나는 열대지방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 바로 서인도 제도의 제품이라고 하죠. 그 중에서도 사탕수수 재배에 딱 맞는 기후 조건을 가진 쿠바가 세계 제일의 사탕수수 생산지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것이 아프리카의 흑인이 신대륙의 쿠바로 끌려와 노동을 하고 지금의 물라토라는 새로운 인종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럼으로 인해 그 악명 높았던 노예무역이 시작되었던 셈이죠. 사탕수수 즙을 농축시켜서 설탕 결정..

사는이야기 2013.05.15

갈치이야기

어릴적 집에 있다보면 생선장수 황씨 아주머니가 오시곤 했죠. 아주머니의 물목중 기억에 남는 것은 갈치였어요. 실하고 맛있는 갈치를 황씨 아주머니가 오시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갈치가 그리 비싼 것이 아니어서 한끼 넉넉히 지져먹고 구워먹었던 것 같네요. 생선장수 황씨아주머니는 우리집에 오시면 마루에 앉아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요즘 생선시세도 이야기하고 자식들 이야기도 하며 쉬시다 가셨던 것 같아요. 아주머니가 이고 있던 큰 다라이를 내려놓으면 으레 큰 갈치들이 동그랗게 여러마리들이 들어 있었고 조기도 자주 보였던 것 같아요. 요즘은 갈치가 귀하고 비싼 생선이라 먹을 엄두를 내기 힘든데 오늘 점심에는 제주에 와서 찌개도 먹고 실한 놈으로 구이도 먹었네요. 황씨 아주머니는 돌아가셨을까요? 우..

사는이야기 2013.04.26

[영화] To Rome with Love 로마 위드 러브

로마 위드 러브 (2013) To Rome with Love 8감독우디 앨런출연알렉 볼드윈,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페넬로페 크루즈, 로베르토 베니니정보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 111 분 | 2013-04-18 로마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내 베스파 스쿠터 'VERDE'의 고장이고 영화 여기저기에 나와서 익히 눈에 익은 도시. 하지만 이번 우디 엘런 감독의 영화 To Rome with Love 를 보고나니 가보고 싶어졌다. 이번 영화의 OST는 로마의 맛을 돋우는 일등 공신이다. 올 봄 낭만과 달콤을 원한다면 강추! 기다려라~ 로마여~!!

사는이야기 2013.04.22

내가 만난 사람들 - 강요배

강요배 선생님과의 만남은 참으로 즐거운 것이었다. 학고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하던 시절이야기.강요배 선생님 작품전에 설치를 돕는 것이 나의 일이었는데 일 중간 새참 시간에 작가 강요배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운좋게 있었고 큐레이터 누나가 강선생님을 꼬득여서 저녁에 인사동에서 술도 한잔할 수 있었더랬다. 강선생님은 제주에 대한 애정이 많으셨는데 내가 제주에 있는 기생화산은 300여개라고 고교시절에 배운것을 정확히 기억하자 무척 좋아하시며 칭찬해주신게 기억난다. 창문여고 선생님 시절의 에피소드도 들려주셨는데 창문여고 교가가 '빛내자 창문!'이라는....썰렁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기생화산 덕분에 강요배 선생의 그림 몇점을 인쇄한 포스터 크기의 인쇄본을 얻어 방에 붙여두기도 했었다.말을 잘하거..

사는이야기 201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