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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간 수요일 아침기도 성경소구

주 하느님께서 나의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아니하고 꽁무니를 빼지도 아니한다. 나는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기며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턱을 내민다. 나는 욕설과 침뱉음을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우지도 않는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어 차돌처럼 내 얼굴 빛 변치 않는다.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줄 알고 있다. (이사야 50,5~7) 사냥꾼의 올무에서 주께서 너를 구하여 주시리라. 모진 괴질에서 주께서 너를 구하여 주시리라.

사는이야기 2007.03.28

인생은....

인생은 가슴으로, 마음으로, 심장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숙지한 후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지요. 우리가 그렇게 뜨겁게 혹은 가슴 절절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그게 더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많이 가지고 무엇을 많이 내보일수 있어서가 아니구요. 행복과 기쁨은 나누는 것이라고들 하지요. 저는 사랑하는 하느님, 프란치스꼬, 푸파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과 온 몸으로 삶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는이야기 2007.03.22

Punta Arenas

그 옛날 배들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넘나들려면 남극반도와 남미대륙의 남단 사이 드레이크 해협을 통하지 않고는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엉성한 목선이 돛을 올려 바람을 타고 남극의 폭풍이 몰아치고 해류가 계곡의 급류처럼 빠른 이 거친 해협을 빠져나가는 건 목숨을 파도에 저당 잡히는 일이었다. 1520년 겁없는 모험가 마젤란은 대선단을 이끌고 대서양 연안으로 내려오다가 드레이크 해협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 날 따라 파도는 미친 듯이 날뛰고 바람은 돛을 부러뜨릴 듯이 맹렬히 불어와 남미 대륙 끝에 널에 있는 섬 사이 안전한 곳으로 선단을 몰고 갔다. 강풍과 파도가 좀 누구러지면 드레이크 해협을 건너겠다고 하구로 들어가 대피했다. 강이라고 생각했던 그 물줄기는 넓어졌다 좁아지며 계속 이어졌다. 자꾸 올라가던 ..

사는이야기 2007.03.05

자미두수

이 사람은 자기가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제동을 걸고 짚고 넘어가는 타입으로 임기응변에 뛰어나고 아무리 급한 일도 여유부터 찾는 사람이다. 일에 앞서 일단 계산부터 꼼꼼하게 하고 이것저것 그려보며 따지는 스타일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더디지만 일만큼은 꼼꼼하고 마무리를 확실하게 하여 두 번 손대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고집이 너무 세서 손해를 볼 때가 가끔 있고 속 깊은 말을 안 하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며 문제가 있을 때 혼자 고민하고 해결하는 형이라 좀 고독한 팔자라 하겠는데 어떤 때는 마음이 너그러운 것 같으면서 옹졸한 면이 있다. 대개 남에게 구속받는 것을 싫어하고 자존심은 센 편이라 일이 뜻대로 안 풀리면 고생이 많고 외로운 군자라 하겠는데 이런 사람은 공부를 많이 해..

사는이야기 2007.02.24

아저씨...

마술가게가 아저씨가 되어간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찾을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가슴 깊이 느끼게 되는 순간을 의외의 곳에서 발견했다. 굿바이 솔로에서 들었던 태진아의 동반자에 중독되고 비열한 거리에서 들었던 강진의 땡벌에 중독되고 우연히 듣게된 장윤정의 이따,이따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자신을 보고서 '아!저!씨!'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과연 나는 이제 부인할수 없는 아!저!씨! 란 말인가 ㅜ.ㅜ (3곡의 노래가 들어 있습니다)

음악 2007.02.11

해방

작년 12월24일! 아내와 함께 수도원에서 퇴회한 이후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정동 수도원의 성탄전야미사에 참석했었다.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고 얼마나 변했을지 그리고 얼마나 그대로일지 궁금했다. 또 그런만큼 설레였다. 내 마음 어느 구석에는 인정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지난 수도생활에 대한 미련 혹은 컴플렉스가 있었다. '수도생활에 실패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다양했다. 수도자의 자질이 없는 인간이거나 인격 성숙이 안되었다거나 성적 갈망이 기준을 넘었다거나 등등 ..etc. 나는 수도원에서 왜 나왔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으레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이라고 답을 하곤 했지만 그걸 듣는 사람이 내 말의 의미를 곧이곧대로 이해했을지는 의문이다. 뜬금없이 왜 내가 정동수도원 성탄전야미사에 아내와 함께 갔을까..

사는이야기 2007.02.08

사랑하는 신부님

신부님 고마워요~! kwangseok 님의 말: 안녕! 잘갔어? 날씨가 싸늘하네 이 곳은. emergency medicine 님의 말: 네 비가오더니 많이 날씨가 많이 서늘해졌어요 kwangseok 님의 말: 남쪽도 그래? 계절이 항상 꺽여지듯 변하네. 계절도 고비가 있나봐. emergency medicine 님의 말: 개강 첫날이어서인지 그냥 피곤하네요.. kwangseok 님의 말: 그래? 사실 기분이 복잡하겠지. 얼마나 힘들겠어! OO이 wife가 좋아보여. 영리하고.. OO이랑 여러가지로 좋은일 많이 하겠어. 축복이니까 좋은일도 생각하라고. 난 부럽다니까. 힘들 것도 뻔한일이지만. wife에게 안부 전하고. emergency medicine 님의 말: 고마워요 신부님...마음을 다스리려고 차분히 ..

medical story 2007.01.18

사평역에서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

사는이야기 200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