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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과도 같은 나의 후배들에게....

오늘 우리 학교 예과 1학년 녀석들의 "1일 병원 체험" 이 있었다. 본과 4학년들과 예과 1학년들이 짝을 지어, 하루 동안 병원 실습을 같이 도는 것이다. 의대 사회가 도제식 교육에 찌들어 엄격한 상하관계-혹은 주종관계적 분위기 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몇 해전 부터 의대내 교육의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온 의학교육학과의 개설과 더불어 이번 신입생 부터 처음으로 시행하는 제도 이다. 예과 2학년 녀석들만 해도, 가끔씩 맘에 안들 때가 있고, 혼도 내고 그러지만, 이제 막 새출발을 하는 신입생들은 우리에게 마냥 귀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주, 난 응급실 실습인지라..내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힘에 부친 마당에 특별히 후배들 신경 써줄 여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제 나의 1학년에게서..

medical story 2006.01.24

Emergeny center - 힘든 동맥 채혈...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악당들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외로운 총잡이 처럼, 응급실을 지킨다. 응급실은 폭풍과도 같다. 환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어오고, 즉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소리를 질러대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여기저기로 뛰어다니는 응급실의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왠지 긴박하고, 스릴이 넘칠것만 같은 응급실에서 이번주 실습을 하였다. 나도 역시 청진기를 매고, 의사노릇을 한번 해봤다. 색다른 경험이었다.힘들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절실히 느꼈던건 공부 공부 또 공부 뿐이라는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을 또 한번 확인했던 일주일이었다. 월요일 8시까지 여의도 성모 병원 응급의학 센터로 출근을 하였다. 8시부터 한시간 가량 회진을 돌..

medical story 2006.01.24

좀 불공평하다..

이번주부터는 흉부외과 실습이다. 흉부외과는 정말이지 3D과로 낙인이 짝혀버려 정말 의사들이 없다. 여기 여의도 성모병원에도 레지던트가 달랑 2명이다. 의국장 레지던트 4년차 그리고 그의 꼬붕 3년차 레지던트..이 두명은 정말 특이한 캐릭터이다. 담배도 정말 많이 피고..말도 정말 많다.. 아주 죽겠다..일과후에도 수다 떠느라고 집에 안보내준다..쓰잘데기 없는 수다를 들어주는 것도 참으로 고역이다..특히 의국장은 앉은 자리에서 줄창 담배를 5개나 피는 엽기 행각을 펼친다. 상황이 이러하니 흉부외과에선 학생의 역할이 너무 크다. 물론 다른 몇몇 일부과에서도 인턴 선생님들이 주로 하시는 잡일..을 많이 해보았지만. 여기서 난 완전 인턴 취급을 받는다. 오늘 첫 출근을 했는데.. 의국장이 나를 본 순간.. 희색..

medical story 2006.01.19

덤 앰 더머

난 41조 이다. 우리 41조는 A가 나고, B가 내 뒷번호인 ㅈ라는 남자 녀석이다. 결국 우리조는 2명이라는 말이다. 가톨릭 의과대학 실습 규정상 총 48주의 본원 실습기간중 우린 마이너과 (피부과, 안과 등 ) 실습을 제외하고는 항상 붙어다녀야 한다. 마이너과가 총 16주인데..그중에서도 5주는 같이 붙어다닌다. 결국 48주중에서 37주를 같이 붙어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이 37주 중에서 절반정도는 달랑 1개조만 배치되기 때문에.. 우리조 즉 우리 2명이서 실습을 도는 경우도 20주정도나 된다.. 113명의 우리과는 모두 48개의 조로 나뉘어져 있는데 모든조는 각각 A,B로 나뉘어 2명 혹은 3명씩 해당된다.. 얼마전에서야 깨달은 거다...엘리베이터 안에서 ㅈ가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더니 심각하게 말..

medical story 2006.01.19

큰 실수를 했다

여의도 성모병원 방사선과 실습중이다. 지난주에 1주간 주어진 방학이 끝나고 부터 슬럼프에 빠졌다. 8월에 있는 2주간의 여름방학을 기다리며 산다는건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되질 않는다. 미친짓이지...-.-;; 소박하게 매 주말을 기다리며 살아야 겄다. 그나마 주말마다 스터디를 하느라.. 주말의 행복함 마저 날아가버렸다. 특히 이번주 주말엔 토,일 모두 졸업생 환송회가 연달아 있어 짜증이 난다.. 어젠 선배형 한명이랑..동문 후배들이랑 압구정동에서 술 마시다가 다른데서 술마시던 선배형이.. 이 선배형이랑 나랑 자기한테 오리고 전화를 때렸는데... 너무 힘들어서 후배들 술이나 좀 사주고 싶다고 선배형 과 동기 녀석을.. 거기로 보내고.. 3차로 애들 커피숍... 데려갔다. -.-;; 무슨 커피가 그렇게 비싸냐..

medical story 2006.01.12

내과의 마지막날

오늘은 내과 마지막을 돌은 날이다. 난 그동안 8주간 조장을 하느라 수고했다고 문화상품권 7만원 어치를 받았다. 흐흐 근데 오늘 우리 쫑파티를 했는데... 이런 젠장 대한민국에서는 술값을 문화상품권으로 받더군.. 오...내 문화상품권이 다 날라갔다....결국 오늘 우리 쫑파티 내가 쐈다. 아...산다는게 무었인지..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 나는 완전히 취했다.; 인생은 소주 반병 먹은 만치만 취해서 산다면 아름답다는 그말.. 그말이 정답이로다. 내가 이녀석들을..어디서 다시 만날수 있을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합리적이 아닌 것이다. 세계는 비합리로 가득 차 있다. 단 하나의 의미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 세계는 거대한 비합리에 지나지 않는다. 단 한번만이라도 이것은 분명하다 라고 말할수 있다면..

medical story 2006.01.12

느림의 미학

제목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우리 의대생들은 언제나 주의 집중 - attention!!! 상태이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 병원 안에서 )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므로... 학습실에 느긋하게 앉아 쉴때도 항상 뭔가에 대해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는 자주 사소한 일들 때문에 당황하곤 한다. 아주 사소한 작업중 암환자들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는 작업이 있다. 약물을 말초에 있는 작은 혈관들로 주입하게 되면 항암제의 독성으로 인해 혈관의 괴사가 일어나 환자들은 어깨에있는 큰 중심동맥에 아예 하나의 관을 가지고 다닌다. 간단한 일이었다. 장갑끼고 주사기를 관에 연결하여 헤파린을 제거한뒤 다시 다른 주사기에 약물을 채우고 주입하면 된다. 그러나 바보가 된 것인지...몇번이고 실패하였다. 사고하..

medical story 2006.01.08

멋진 교수님

이번주는 신장내과 실습주간이다. 저번주에 신장내과 라운드 시간에 들어오셨던 매우 어그레시브한 교수님과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아침회진 시간 3시간 저녁회진 시간 3시간.... 환자 베드 옆에서 신장의 모든것에 대해 말씀을 하신다... 중노동이다. 그 교수님 내가 내과한다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나 보다... 내가 자기처럼 살이 찐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의 이유를 만들어 내셨다.. (아...이를 어쩐다...살아남기 위해서 대충 둘러댄 말이.....엄청난 결과를 몰고 왔다...) 자기는 욕심이 많아서 살이 쪘다고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환자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즉 남보다 환자를 더 잘봐야 되고... 자기 환자는 반드시 살려야 되고..그런 욕심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내과를 선택했고..

medical story 2006.01.08

비이성적인 것들에 대한 유감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어제 밤 아이 한명이 응급실로 실려 들어왔다. 원래가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속에서 40여일간 있었던 아이로 여러 잔병치례를 하다가 애가 자꾸 늘어지니까 엄마가 응급실로 데려 온 것이다. 그때가 세벽 1시였는데,당직 소아과 주치의 선생님이 올라가 환자를 보는데, 엄마가 이런저런 간섭을 하더라는 것이다. " 주사 놓지 마라" " 피검사도 안된다." 하도 황당해서 그럼 뭐하러 병원에 대려왔느냐고 물어보니, 아무 대꾸도 없더란다. 그러면서 하는말이 당신네 의사들은 환자위에 군림만 하지말고 진정 환자를 위해서 일을 하라고 훈계를 하더란다. 그 형이 저두 이 아이를 위래 이렇게 밤에 자다 말고 올라오지 않았습니까? 라고 대답을 하니 당신은 돈을 받지 않느냐는 것이다. ... 오늘 ..

medical story 2006.01.08

미생물 실습

과학의 이미지하면 늘 이런 시험관의 이미지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니 그닥 즐겁지 않다. 그냥 하라니 한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겠지. 내가 이런 기초과학을 재미없어하는 건 아마도 최소한 문사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이런 류의 논의에 끼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이런 잡다한 일들 쯤은 과학자들이 하고 그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큰 패러다임을 잡아 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난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기초학문하는 사람들이 손발을 움직여 고생을 해주어야 내가 머리를 쓸 일이 생기지^^* ㅋㅋㅋ 그래도 기초의학 실습 중 미생물 실습과 약리 실습은 뭔가 active한 맛이 있다. 미생물이란게 눈에 안보이는 것인데..(당연하지만..

medical story 200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