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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싫어질 때

#1 저녁 회진 시간이다. 하루 종일 서 있었더니 발에 물집이 잡힐 것만같다. 실습나오고 부터 내 발이 가장 많은 고생을 한다. (머리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여기 피부과 외래에는 학생의자가 없다. 레지던트수와 똑 같이 의자도 그만큼 밖에 없다. 참 얄밉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다들 타고 난후 내가 맨 마지막으로 올라탔다. 갑자기 들리는 상큼한 여인네의 목소리.. "삐-----정원 초과입니다..마지막 타신분은 내려주십시오.." 큭.. 마지막 타신분은 나다. 그 냉랭한 눈초리들.... 2층부터 10층 까지 뛰어 올라갔다. 8층 쯤에 가슴이 벌렁 벌렁 뛰는게... 죽을 것만 같았다. 왠지 눈물이 날 만큼 서러웠다... 이번이 2번째다... #2 수술시간이다. 노교수님이 들어오셨다. "..

medical story 2005.10.15

수술방(operation room. OR)

요샌 수술방에서 살다시피 한다. 간단한 수술같은 것들은 교수님 어시스트 해드리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옆에서 관찰하기만 한다.흔히 말하는 일반외과와 함께 무슨무슨 외과 라고 이름 붙여진 과들은 수술방과 인연이 깊다. 그 외에도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마취과 등등의 과들도 수술을 하는 과이다. 지금.. 본원 실습 6주째 이비인후과 실습중이다. 시작할때부터 외과 계열의 과들이 왕창 몰려 있어 수술방 죽돌이가 되었다. 수술방.. 거기엔 미묘한 역학 관계가 성립이 되어 있다. 일단 두 개의 집단,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별개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고,마취과 의사들은 그 중간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마취과 선생님들...그분들의 높은 삶의 질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느긋하게 소독포 뒤에 자..

medical story 2005.10.07

나의 소원은

큭..불쌍한 나.. 나는 오늘 잠을 못잔다. 어떤 여교수님의 노처녀 히스테리가 나로 하여금 끝없는 레포트를 쓰게 만들었다. 이 교수님...얼마전 시집 갔는데도 이정도니.. 선배들의 고생이 미루어 짐작이 간다. 1.어제 오전 " 얘 신경학적 검사에 대해 써오너라" 2.어제 오후 (싸늘한 눈빛으로..비웃음을 머금고..) " 다시 써야겠지 ? " 3.오늘 오전 " 야 어제 그거 가져와봐.. 이거 말고..책에 나와 있는 대로 쓰란 말이야.." 아니 도대체 무슨책? 그럼 내가 지어서 썼단 말이야? 4. 오늘 오후 " 너 바보지? 책에 있는대로 쓰란 말이야!!! " 그래서 책을 봤다..강의록 말고.. 끄아악...40페이지다. 종류만.. -2002년 11월 6일 자정....어느 엿같은 겨울밤에..- 졸립다. 나의 소..

medical story 2005.10.07

혈압에 대한 추억

기무사에서 조사 받던 시절이다. 고문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기무사 사람들이 군의관 한 명을 불렀다. 그래서 나의 알몸을 보이고 다른 이상이 없는지를 물어 보게했다. 수사관들이 나가고 군의관과 나 둘만 있게되자 이 군의관이 진심이라는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정말 고문 없었어요?" "....."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거짓말 탐지기 만해도 그랬다. 내가 거짓말 탐지기는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거 아니까 그런 거 하지 말자고 했음에도 수사관들은 굳이 했었다. 일종의 심리전이다. 이번에도 군의관을 위장한 수사관이면 어쩌랴... 아무말도 하지 않았었다. 내가 아무 말 안하자 군의관은 혈압을 쟀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혈압은 무슨 원리로 재는 겁니까?" 그러자 군..

medical story 2005.10.06

후원

내가 후원하고 싶은 단체를 꼽으라면 유니세프와 앰네스티다. 유니세프에 대한 후원은 여러곳에서 답지하고 있을테니 굳이 거론할 게 없겠지만 앰네스티에 대한 나의 관심은 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앰네스티(http://www.amnesty.or.kr)는 알다시피 국제사면위원회다. 앰네스티는 특정 정부, 정파, 이데올로기, 경제체제, 종교적 신념을 초월하여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세계최대의 순수 민간차원의 인권운동단체이다. 한국에서는 1972년 3월 28일 최초로 인권운동을 시작한후, 앰네스티는 줄기차게 양심수 석방, 고문종식, 사형제도 폐지 등을 위한 국제적 인권연대운동을 전개하여 왔다. 이러한 앰네스티로 부터 구체적인 도움을 받은 것은 나랑 같은 사유로 구속되었던 형렬이가 앰네스티의 도움으로 사면,복권되었던 ..

사는이야기 2005.10.06

Francisco de Assisi

10월 4일은 아씨시의 성프란치스꼬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천주교에서는 이 세상을 떠난 날을 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개 성인들이 죽은 날을 그 성인의 축일로 삼는다. 결론은 10월4일은 아씨시의 성프란치스꼬 축일이라는 거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의 천주교식 이름은 '프란치스꼬'이다. 따라서 10월 4일은 나의 축일이다.(이 말을 하고싶었다^^*) 내가 20대에 수도생활을 했던 곳이 바로 아씨시의 성프란치스꼬가 세운 '작은형제회'(Ordo Fratum Minorum)였다. 프란치스꼬가 어떤 사람이었길래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아내는 내게 가끔 묻는다. 내가 보는 프란치스꼬의 큰 장점은 '단순'하고 '솔직'하다는 것이다. 많은 성인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거룩하고 신비로와서 나와는..

사는이야기 2005.10.05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

우리나라 사망원인중 단일질환으로 가장많은 것이 뇌혈관 질환( 뇌졸중- 최근들어..바뀐 용어가 기억이 안난다.ㅠㅠ-) 이다. 그 다음이 심혈관 질환...물론 가장 최근 통계에 의하면 암이 사망원인중 1등으로 올라섰다고 하지만.그것은 모든암을 다 합친 경우에 그렇다는 이야기다. 즉 단일 질환으로서는 아직까지는 뇌혈관 질환이 단연 1위이다. 현대인들의 질병 패턴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예전엔..우리나라에서 전염병과 다른 급성 질환으로 죽는 사람들( 예를 들자면 장티푸스같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의학의 눈부신 발달은 이러한 감염성 질환들의 완전 정복을 가능케 해 주었다. 의사들은 암이라든지, 당뇨 따위의 만성질환 같이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운 질병보다는 급성 질환의 치료에 주력하였고..거의 완벽에..

medical story 2005.10.05

처음 그 느낌 처럼...

살아가다 보면 하루하루 그저 되는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등교)을 하고 하루 일과에 맞추어 바쁘게 보내다가 저녁엔 집에온다. 누군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또..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 주는 순간은 얼마나 될 것이며..누군가 나에게 의미 있는 순간을 느끼게 해주는 경우는 또 얼마나 될 것인가? 특별한 이벤트라고 해봐야 저녁에 친구들하고의 술 약속이라든가..아니면..영화나 보는 정도..것두 요즘에 들어서는 거의 뜸해지고...하루 종일 혼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과 친구들하고는 접촉할 기회가 없다.서로 다른과에 있다보니까...게다가 요즘 내 턴이 좀 힘든 과들이라서 점심도 못 먹는 경우가 허다하고...아침에 일찍 오고 밤에 늦게 가니.....

사는이야기 2005.10.05

엽기 적인 성형외과

내일부터는 강남 성형외과 실습이다. 좀 상당히 엽기적이다.-.-;; 매일 레포트 (그것두 손으로..) ,매일 오랄테스트, 이틀 당직, 하루종일 수술방, 매일 환자 발표, 케이스 프리젠테이션 (증례발표) 원래 여의도 성형외과는 강남과 같은 포멧에..레포트를 하루에 100장씩 쓴다고 한다. 그래서 실습돌기 전부터 레포트를 미리 써 둔다고 한다.거기는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든 곳이라는데..강남도 만만치가 않다. 작년에 여의도에서 강남으로 발령 받으신 교수님께서 강남의 여의도화를 이루고 싶어하시기 때문에..아직도 여의도보다 덜 빡센 것에 불만을 품으시고 계시다는 소문이.. 마이너 과들은 혼자 돌게 되어있다.50여개의 조가 있는데 각조마다 2명씩 각각 A,B로 나뉘는데...모든 조 A는 주로 강남성모, B는 주로 ..

medical story 200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