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story 75

살기 싫어질 때

#1 저녁 회진 시간이다. 하루 종일 서 있었더니 발에 물집이 잡힐 것만같다. 실습나오고 부터 내 발이 가장 많은 고생을 한다. (머리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여기 피부과 외래에는 학생의자가 없다. 레지던트수와 똑 같이 의자도 그만큼 밖에 없다. 참 얄밉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다들 타고 난후 내가 맨 마지막으로 올라탔다. 갑자기 들리는 상큼한 여인네의 목소리.. "삐-----정원 초과입니다..마지막 타신분은 내려주십시오.." 큭.. 마지막 타신분은 나다. 그 냉랭한 눈초리들.... 2층부터 10층 까지 뛰어 올라갔다. 8층 쯤에 가슴이 벌렁 벌렁 뛰는게... 죽을 것만 같았다. 왠지 눈물이 날 만큼 서러웠다... 이번이 2번째다... #2 수술시간이다. 노교수님이 들어오셨다. "..

medical story 2005.10.15

수술방(operation room. OR)

요샌 수술방에서 살다시피 한다. 간단한 수술같은 것들은 교수님 어시스트 해드리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옆에서 관찰하기만 한다.흔히 말하는 일반외과와 함께 무슨무슨 외과 라고 이름 붙여진 과들은 수술방과 인연이 깊다. 그 외에도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마취과 등등의 과들도 수술을 하는 과이다. 지금.. 본원 실습 6주째 이비인후과 실습중이다. 시작할때부터 외과 계열의 과들이 왕창 몰려 있어 수술방 죽돌이가 되었다. 수술방.. 거기엔 미묘한 역학 관계가 성립이 되어 있다. 일단 두 개의 집단,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별개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고,마취과 의사들은 그 중간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마취과 선생님들...그분들의 높은 삶의 질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느긋하게 소독포 뒤에 자..

medical story 2005.10.07

나의 소원은

큭..불쌍한 나.. 나는 오늘 잠을 못잔다. 어떤 여교수님의 노처녀 히스테리가 나로 하여금 끝없는 레포트를 쓰게 만들었다. 이 교수님...얼마전 시집 갔는데도 이정도니.. 선배들의 고생이 미루어 짐작이 간다. 1.어제 오전 " 얘 신경학적 검사에 대해 써오너라" 2.어제 오후 (싸늘한 눈빛으로..비웃음을 머금고..) " 다시 써야겠지 ? " 3.오늘 오전 " 야 어제 그거 가져와봐.. 이거 말고..책에 나와 있는 대로 쓰란 말이야.." 아니 도대체 무슨책? 그럼 내가 지어서 썼단 말이야? 4. 오늘 오후 " 너 바보지? 책에 있는대로 쓰란 말이야!!! " 그래서 책을 봤다..강의록 말고.. 끄아악...40페이지다. 종류만.. -2002년 11월 6일 자정....어느 엿같은 겨울밤에..- 졸립다. 나의 소..

medical story 2005.10.07

혈압에 대한 추억

기무사에서 조사 받던 시절이다. 고문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기무사 사람들이 군의관 한 명을 불렀다. 그래서 나의 알몸을 보이고 다른 이상이 없는지를 물어 보게했다. 수사관들이 나가고 군의관과 나 둘만 있게되자 이 군의관이 진심이라는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정말 고문 없었어요?" "....."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거짓말 탐지기 만해도 그랬다. 내가 거짓말 탐지기는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거 아니까 그런 거 하지 말자고 했음에도 수사관들은 굳이 했었다. 일종의 심리전이다. 이번에도 군의관을 위장한 수사관이면 어쩌랴... 아무말도 하지 않았었다. 내가 아무 말 안하자 군의관은 혈압을 쟀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혈압은 무슨 원리로 재는 겁니까?" 그러자 군..

medical story 2005.10.06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

우리나라 사망원인중 단일질환으로 가장많은 것이 뇌혈관 질환( 뇌졸중- 최근들어..바뀐 용어가 기억이 안난다.ㅠㅠ-) 이다. 그 다음이 심혈관 질환...물론 가장 최근 통계에 의하면 암이 사망원인중 1등으로 올라섰다고 하지만.그것은 모든암을 다 합친 경우에 그렇다는 이야기다. 즉 단일 질환으로서는 아직까지는 뇌혈관 질환이 단연 1위이다. 현대인들의 질병 패턴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예전엔..우리나라에서 전염병과 다른 급성 질환으로 죽는 사람들( 예를 들자면 장티푸스같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의학의 눈부신 발달은 이러한 감염성 질환들의 완전 정복을 가능케 해 주었다. 의사들은 암이라든지, 당뇨 따위의 만성질환 같이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운 질병보다는 급성 질환의 치료에 주력하였고..거의 완벽에..

medical story 2005.10.05

엽기 적인 성형외과

내일부터는 강남 성형외과 실습이다. 좀 상당히 엽기적이다.-.-;; 매일 레포트 (그것두 손으로..) ,매일 오랄테스트, 이틀 당직, 하루종일 수술방, 매일 환자 발표, 케이스 프리젠테이션 (증례발표) 원래 여의도 성형외과는 강남과 같은 포멧에..레포트를 하루에 100장씩 쓴다고 한다. 그래서 실습돌기 전부터 레포트를 미리 써 둔다고 한다.거기는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든 곳이라는데..강남도 만만치가 않다. 작년에 여의도에서 강남으로 발령 받으신 교수님께서 강남의 여의도화를 이루고 싶어하시기 때문에..아직도 여의도보다 덜 빡센 것에 불만을 품으시고 계시다는 소문이.. 마이너 과들은 혼자 돌게 되어있다.50여개의 조가 있는데 각조마다 2명씩 각각 A,B로 나뉘는데...모든 조 A는 주로 강남성모, B는 주로 ..

medical story 2005.10.05

옛날 일기들

요즘 칼럼을 매일 쓴다.갑자기 아주 성실한 칼럼니스트가 됬다눈...^^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가?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가? 가을이라서 그런가? 예전 일기들을 보니 나도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1997년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했다. 그 겨울은 정말 힘든 나날들이었다. 중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입학전 일반수학 실력 정석과 성문 종합영어를 한번씩 보고 입학하였다.당시엔 대학별 본고사가 있었으므로, 고1내내 본고사에 집중투자하였고.시중에나와있는 본고사 문제집들을 많이도 풀었다. 고1 겨울..당시 서울대 본고사 수학문제들을 풀었는데 거의 다 풀었던 기억이 있다. 고1 1년내내 수2까지 정석으로 끝내고 해법수학을 풀기 시작하였고,종합영어 1번 더 봤다.그러나 본고사 폐지후 ..

medical story 2005.10.05

정형외과 학회

오늘 힐튼 호텔에서 정형외과 학회가 있었다. 어제 밤 인터넷 검색으로 힐튼호텔이 서울역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학회 장소는 컨벤션 센타인 것까지는 파악했으나..몇시에 시작하는 것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나에게는 아침 8시까지 가라는 오더가 주어졌을뿐..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마을버스를 타고 상도역까지 가서 7호선을 탔다..그때가 7시였다.오 제길..시간이 너무 이르다..가서 어색하게 기다리기는 싫은데..이수역에서 4호선을 갈아타는데..일부러 안탔다.-.-;; 스포츠 신문을 사서 다 읽고.. 열차를 3개정도 보내고 7시 20분쯤 4호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서 내려 미리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8번출구로 나갔다.오 shit 대우빌딩 앞이었다.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아침부터..

medical story 2005.10.05

어느 의대생의 하루

아침에 일어나니 5시 30분이다. 6시에 울리도록 알람을 조정해 놓았으나 시계가 맛이 가서인지 30분 일찍 알람이 울린다.어제는 본원 실습 첫날이었다. 첫날이라 그래서인지, 아니면 실습을 혼자 돌게 되어서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해서인지 무지 피곤했다.그래서 어젠 밤 9시부터 잤다. 할머니는 아직 주무시고 계시다. 아침을 못먹을것 같다. 오늘은 아침 컨퍼런스가 있는날이라 6시 50분까지 출근해야 한다. 집을 나섰더니 꽤 춥다. 다시 들어가 잠바를 입고 나왔다. 와이셔츠에 넥타이, 그리고 MF 잠바는 어울리지 않는다.새벽인데 누가 볼까 라는 생각에 그냥 집을 나섰다. 어두컴컴하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침 안먹은게 마음에 걸린다. 여기는 아침 컨퍼런스후에 회진돌기 전까지 학생만..

medical story 2005.10.03

후련함

오늘은 산부인과 한달간의 실습이 끝난 날이다. 아우~ 넘 후련하다..^^ 정말 세삼스럽게 다시 느낀거지만...까탈스러운 윗사람들 모시기는 정말 넘 힘들다.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가끔씩 염소가 끼어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양들 밑에서 배우고 싶지만..부득이하게 염소 밑에서도 배워야한다는 사실!! 아주 그냥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차라리 외과 선생님들처럼 소리지르고 뭐 던지고.. 하는 건 오히려 참을 만하다. 그래도 뒤끝은 없으니까.... 근데 여기는 학생을 " 들들 볶는다. "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두고~두고~ 아주 계속해서 잘근잘근 씹는다. 특히 우리 여선생님들...-.-;; 수술방이거나 분만실에서 여선생님들과 맣은 시간을 보냈는데....아우..아우.. 인간이 인간을 씹음에 있어서 궁극적..

medical story 2005.10.03